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지금, 팬을 위한 야구는 없다

등록 2016-11-09 17:51수정 2016-11-09 20:58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지난 7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사이버수사대가 공개한 프로야구 승부조작 및 승부조작 은폐에 대한 증거물. 연합뉴스
지난 7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사이버수사대가 공개한 프로야구 승부조작 및 승부조작 은폐에 대한 증거물. 연합뉴스
아홉살 아들의 친구는 야구를 많이 좋아한다. 밤낮으로 야구공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매일 야구장에 가자고 조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아들 친구의 엄마는 고민이 생겼다. 아들이 좋아하는 구단(넥센 히어로즈) 대표이사의 사기, 배임, 횡령 혐의부터 승부조작, 불법 스포츠 베팅까지 궁금한 것 많은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단다. “○○가 그냥 야구를 좋아하게 두고 싶은데 요즘 야구단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진짜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네….”

최근 프로야구는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 이태양, 유창식(KIA)에 이어 이성민(롯데)까지 승부(경기)조작에 가담했다는 경찰 조사가 최근 발표됐다. 또한 엔씨(NC) 다이노스는 구단이 직접 나서서 승부조작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이재학(NC)을 비롯해 ㅇ, ㅈ 투수들은 불법 스포츠 사이트에 베팅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재학(혐의 부인)과 ㅈ 투수(구단 통해 혐의 부분 인정)의 경우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고는 하나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에 앞서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야구판에서 ‘압수수색’(넥센, NC)이라는 말이 올해처럼 많이 입길에 오른 적이 있었나 싶다. 더군다나 프로야구는 작년 말 불법 원정도박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프로야구 또한 작은 ‘세계’다. 약자도 강자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진실한 땀은 결국 보상을 받는 이상적 세계였으면 싶지만 점점 현실 세계를 닮아간다. 시장 규모에 맞지 않는 에프에이(FA)선수 영입 과열 경쟁으로 선수들 간 소득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소위 ‘아는 형님’과의 잘못된 관계 속에서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일들이 도모된다. ‘프로야구는 공공재’라는 인식 속에 각종 혜택을 누리지만 구단 대표이사는 회삿돈을 개인돈처럼 쓴다. ‘클린 베이스볼’을 외치던 프로야구가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다.

이참에 자진신고 기간 등을 확대해 ‘불법적인 것을 모두 털고 가자’는 의견도 나온다. 불법 스포츠 베팅의 경우 프로농구처럼 해당 선수를 영구제명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프로야구 선수의 불법 스포츠 베팅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뿐일까. 프로축구는 2014년 2부리그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베팅이 드러나 6개월 자격 정지를 내렸다. 축구가 아닌 야구나 농구에 베팅을 했고, 금액이 적다는 점이 참작됐다. 프로축구도 이후 제재를 강화해 승부조작이나 불법 스포츠 도박 등을 하면 제명 혹은 1년 이상의 자격정지 및 출장정지를 내리기로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현재 재판의 결과에 따라 선수 제재의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긴 지금의 규정이라면 엔씨 구단의 승부조작 은폐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야구위는 1억원 이상의 제재금만 부과할 수 있다. 프로축구처럼 승점 감점 등의 제재 방안은 아직 없다.

2012년 승부조작 사건이 몰아친 뒤 프로야구는 달라졌을까. 작금의 사건들을 보면 결코 ‘그렇다’라고는 답할 수 없을 듯하다. 오히려 도덕적 해이는 선수들의 높아진 몸값만큼이나 심각해져가고 있다. “승부조작이 뭐예요?”, “불법 베팅이 뭐예요?”라고 묻는 어린이 팬들에게 과연 어떤 설명을 해줘야 할까. 프로야구는 상업 스포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켜줘야 할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