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다이노스 용덕한이 21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엘지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9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자 선수들이 달려나와 환호하고 있다. 마산/연합뉴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야구는 9회말부터였다.
정규리그 2위 엔씨(NC) 다이노스는 21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플레이오프(3선승제) 1차전에서 9회말 1사 만루에서 터진 용덕한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엘지(LG) 트윈스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타선의 응집력이 결여돼 9회초까지 0-2로 끌려가다가 단박에 경기를 뒤집으며 엘지의 가을야구 신바람을 잠재웠다. 역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8.1%(32회 중 25회·양대리그 포함)다. 2차전은 22일 오후 2시(KBS 2TV 중계) 같은 장소에서 재크 스튜어트(NC)와 데이비드 허프(LG)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
0-2로 패색이 짙던 9회말. 선두 타자 박민우가 엘지 마무리 투수 임정우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이날 깜짝 4번 타자로 기용돼 전 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던 권희동이 좌전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윽고 지석훈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은 엔씨는 1사 1·3루에서 허리 통증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던 이호준이 김성욱 대신 대타로 들어서 바뀐 투수 김지용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천금의 동점을 만들었다. 이호준은 플레이오프 최고령 경기 출장(40살8개월13일) 및 안타, 타점. 이어진 1사 만루에서는 용덕한이 스퀴즈 실패 다음에 좌익선상 안타를 쳐내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용덕한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9회초까지 분위기는 완벽하게 엘지 쪽이었다. 엘지는 7회초 선두 타자 히메네스가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엔씨 선발 에릭 해커의 4구째 시속 138㎞ 커터를 받아쳐 공을 왼쪽 담장밖으로 넘겨버리며 선취점을 얻었다. 경기 전 “히메네스가 이제 맞을 때가 됐다”는 양상문 엘지 감독의 예상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엘지는 8회초에도 정상호가 각이 밋밋해진 해커의 커터(시속 137㎞)를 공략해 좌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2-0으로 앞서갔다. 반면 엔씨는 답답한 공격을 이어갔다. 3회말 2사 2루, 4회말 무사 1·3루, 5회말 1사 2루, 7회말 1사 1·3루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음주운전에 의한 징계로 1차전 출장이 금지된 에릭 테임즈의 공백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9회말 공격력이 응집되면서 경기를 극적으로 뒤집었다.
지난 2년 간의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3패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던 해커는 6회초 2사 후 이천웅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등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으나 히메네스와 정상호에게 허용한 두 방의 홈런으로 고개를 떨궜다. 7이닝 3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2실점. 9회초 1사 2루에서 등판한 임창민은 두 타자를 공 3개로 처리하며 역대 포스트시즌 최소 투구 승리 투수가 됐다. 엘지 선발 헨리 소사는 6⅓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팀 마무리 임정우가 승리를 지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마산/김양희 기자,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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