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와 재계약이 불발된 류중일 감독. 사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정규리그 5연패(2011~2015년), 한국시리즈 4연패(2011~2014년), 그리고 한국시리즈 준우승(2015년). 올 시즌 꼴찌에서 두 번째 성적을 냈으나 단 한 번의 ‘미끄러짐’이었다. 초보 사령탑으로 그동안 성적만 놓고 보면 ‘A’ 학점에 가까웠다. 그런데 재계약이 불발됐다. 왜일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15일 오후 “14대 감독으로 김한수(45) 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올해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류중일 전 감독은 팀 기술자문을 맡는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김한수 감독 선임 이유는 “젊은 리더십으로 팀 전력 향상과 구단의 변화 혁신을 동시에 리드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 신임감독 또한 “젊고 활력 넘치는 새로운 팀 컬러를 구축하고 신인 유망주 육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성적·인성·소통면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류중일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올 시즌부터 제일기획이 삼성 스포츠단을 총괄하게 되면서 변화는 조금씩 감지됐다. 제일기획 아래 삼성 스포츠단은 일등주의를 버리고 프로 구단의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다. 4대 프로스포츠 구단은 물론이고 삼성 아마추어 종목 쪽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야구단의 경우 연간 5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쏟아 붓는 소위 ‘돈성’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몸값 100억원(발표액은 96억원)이 넘는 박석민(NC)을 붙잡지 않고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마로 또한 불성실성을 이유로 들어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삼성은 ‘지갑을 닫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형우, 차우찬 등이 올 시즌 뒤 자유계약(FA)선수 신분이 되는데 이미 “(에프에이 총액) 120억원을 받고 싶다”고 밝힌 최형우를 삼성이 무리해서 붙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현장에서 감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될 경우 다른 구단의 제시액에 10억 이상은 얹어줬던 것을 고려하면 분명 달라진 분위기다.
더불어 삼성이 6년 동안 이어온 ‘류중일 시대’에 종식을 고한 것은 50대 이상 프랜차이즈 출신의 코치진들과의 이별도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10개 야구단 중 가장 코치 수(25명)가 많으며 이들 중 9명이 50대다. 김한수 신임감독의 나이를 고려하면 코치진 변화가 어떻게든 있을 듯 보인다.
삼성은 이미 축구·배구·농구를 통해 일등을 향한 과도한 투자를 자제하고 합리적인 스포츠 구단 운용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야구도 그런 흐름에서 ‘류중일’과의 이별을 택했다고 하겠다. 한 삼성 관계자의 말처럼 “지금이 아니라면 팀 쇄신이 3~4년 더 늦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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