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기아(KIA)와 엘지(LG)의 경기. 엘지의 유격수 오지환이 4회초 2사 2, 3루 기아 공격 때 안치홍의 타구를 처리하다 범실을 하자 나지완과 브렛 필이 틈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파고들어 선제 2점을 뽑아낸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무려 14년 만에 다시 성사된 엘지(LG)와 기아(KIA)의 가을야구 맞대결.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두 외국인 선발투수의 팽팽한 투수전은 수비 실책에서 명암이 갈렸다. 엘지는 4회초 수비 때 유격수 오지환이 내야 땅볼을 놓쳐 2점을 내준 게 컸다. 기아는 8회말 수비 때 역시 유격수 김선빈의 내야 뜬공잡기 실패, 그리고 2번째 투수 고효준의 폭투 등으로 2점을 내줬으나 엘지 유강남의 주루사로 한숨 돌렸다. 수비, 주루에서 미숙했던 엘지의 자멸이었다.
10일 저녁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정규리그 5위 기아가 4위 엘지를 4-2로 꺾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희망을 쏘았다. 기아는 11일 저녁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엘지와 2차전을 치르는데 반드시 이겨야만 준플레이오프에 오른다. 1, 2차전에서 최소 한 번 무승부만 기록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던 엘지는 벼랑 끝에 몰린 양상이다.
예고된대로 양상문 엘지 감독은 좌완 데이비드 허프(32), 김기태 기아 감독은 우완 헥터 노에시(29)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두 투수는 3회까지 각각 시속 150㎞를 넘나드는 체인지업을 섞어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무력화시켰다.
선취점은 기아가 냈다. 4회초 기아는 선두타자 브렛 필의 안타 뒤 김주찬이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됐으나, 지명타자 나지완이 허프의 시속 129㎞ 체인지업을 통타해 우익수 쪽 깊숙한 안타를 만들어내며 1사 2·3루 절호의 득점기회를 맞았다. 이어 이범호가 2루수 뜬공으로 아웃돼 맞은 2사 2·3루 상황에서 안치홍의 유격수 앞 땅볼이 엘지 유격수 오지환의 글러브를 맞고 튀어나가며 주자 2명이 동시에 들어오면서 2득점에 성공했다. 허프는 7번 타자 김호령을 삼진으로 잡으며 불을 껐다.
오지환은 1회초에도 기아 김주찬의 유격수 앞 땅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실책을 범했다. 반면 기아 1번 타자 겸 유격수로 출격한 김선빈은 2회말에 이어 4회말까지 두차례 그림 같은 수비로 엘지 공격을 무력화시키면서 오지환과 대조를 이뤘다.
시즌 중 허프에 6타수 2안타로 강했던 필을 2번 타자로 전진 배치한 것이 적중했다. 필은 6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허프의 시속 146㎞ 짜리 초구 직구를 밀어쳐 2루타를 만들어냈고 득점까지 했다. 김주찬의 1루수 땅볼 아웃으로 3루에 진출한 필은 나지완의 중견수 뜬공 때 홈으로 들어왔고 기아는 3-0으로 앞서 나갔다. 기아는 8회초에도 선두타자 노수광이 중견수 앞 안타로 나가며 1점을 더 보탰다.
엘지도 8회말 2점을 올렸으나 추격 분위기에서 유강남이 주루사한 게 뼈 아팠다. 선두타자 오지환이 우익수 쪽 2루타를 친 뒤, 대타 이병규의 내야 뜬공을 김선빈이 잡으려다 놓치며 무사 1, 2루가 됐고, 유강남이 헥터를 상대로 우익수 쪽 1루타를 만들며 1점을 따라붙었다. 이후 기아는 헥터를 강판시키고 좌완 고효준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고효준이 폭투를 하는 바람에 1점을 더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이때 유강남이 3루까지 달리다가 아웃되면서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기아는 윤석민, 임창용(9회)을 등판시키며 뒷문을 잠갔다.
헥터는 7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볼넷 1개)를 내주며 2실점, 1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호투하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허프는 7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뿌리며 4안타만 내주는 등 잘 던졌지만 수비가 받쳐 주지 못해 4실점(2자책)하며 빛이 바랬다. 2차전 선발투수는 엘지는 류제국, 기아는 양현종으로 결정됐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KIA(1승) 4-2 LG(1패)
<승>헥터 <세>임창용 <패>허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