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구단 선수단이 800만 관중 돌파를 기념하고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모자에 부착하고 경기에 나서고 있는 ‘Thank you 800’ 패치. 케이비오(KBO) 제공
프로야구가 출범 34년 만에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2016 케이비오(KBO)리그는 29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삼성-엔씨(NC)의 더블헤더 1차전을 기점으로 시즌 관중 8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시즌 720경기 중 95.8%를 소화한 690경기 만이다. 지난 11일 역대 최다 관중 기록(2015년·736만530명)을 경신한 이후 18일 만에 이룬 대기록이기도 하다.
프로야구는 출범 첫해인 1982년 143만8768명의 관중이 입장했고, 엘지(LG)를 중심으로 여성팬이 몰리면서 1995년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한국인 1호 빅리거 박찬호(은퇴)의 활약에 의한 메이저리그 시청 열풍으로 2000년대 초반(2000~2004년) 총 관중수가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후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 세계야구클래식(WBC) 4강 진출로 300만 관중(2006년)을 회복하더니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 세계야구클래식 준우승 효과로 본격적인 흥행가도에 접어들었다.
2011년 600만 관중을 넘어선 프로야구는 2012년에는 박찬호,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의 국내 복귀로 700만 관중을 찍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2015년 메르스 여파로 관중 증가폭이 다소 꺾였으나 올해는 2016 리우올림픽, 경기 조작 등의 불미스런 사건이 터졌는데도 800만 고지에 올라섰다.
10구단 체제에 의한 경기수 증가와 더불어 구장 인프라 개선 효과가 제일 컸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라팍)와 서울 고척 스카이돔(넥센 히어로즈 홈)이 새로 개장하면서 관중몰이를 했다. 수용인원이 1만명에 불과했던 낡은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벗어난 삼성은 올 시즌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졌으나, 팀 역대 최다 관중수를 일찌감치 깨면서 관중수가 63% 증가했다. 평균 관중수가 지난해에는 7208명이었으나 올해는 1만1742명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시민야구장을 그대로 홈구장으로 쓰고 있었다면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수치다. 삼성은 올해 관중수입 또한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102억7476만6500원)했다. 차별화된 좌석 가격의 영향으로 관중수입은 전년 대비 2배 이상(121%) 증가했다.
돔구장 특성상 우천 취소된 경기가 없어 홈경기를 일찌감치 마감한 넥센 히어로즈 또한 새 구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례없는 폭염에 더욱 진가를 발휘하면서 관중이 53% 증가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1만863명(지난해 7094명). 넥센 또한 관중수입이 올해 처음 100억원(지난해 대비 88% 증가)을 넘어섰다. 삼성, 넥센을 비롯해 기아, 케이티(kt)가 올 시즌 구단 자체 최다 관중 기록을 깼다. 막내 구단 케이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적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나, 지역 밀착형 마케팅과 원정팬들의 힘으로 야구 불모지 수원에 새로운 야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팀 외에 엔씨와 한화 또한 팀 관중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박찬호, 김태균이 합류했던 2012년에도 평균 관중이 7758명에 머물렀던 한화는 김성근 감독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가운데서도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60만 관중을 넘어서며 평균 관중 90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출범 34년 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라이온즈파크, 고척돔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구장 인프라 개선 노력도 계속 필요하다. 특히 시장성이 가장 큰 잠실야구장이나 부산 사직야구장 대체 구장 건설이 절실하다. 잠실야구장은 1984년, 사직야구장은 1985년 개장했다. 프로스포츠 구단 사상 처음으로 8년 연속 100만 관중을 돌파한 두산 베어스의 김승영 사장은 “엘지나 한화의 예에서 보듯이 궁극적으로는 숨어 있는 팬들을 야구장 관중으로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팀 성적을 떠나 야구장에서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야구장 콘텐츠 발굴과 확장을 위해서라도 구장 인프라가 점진적으로 개선돼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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