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케이비오(KBO)리그 케이티(kt)와의 안방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모자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저녁 잠실야구장은 평일임에도 1루석을 비롯해 우측 외야석이 거의 찼다. 총 관중수는 1만9170명. 1995년 이후 21년 동안 숙원했던 ‘그 순간’을 두산 베어스 팬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0-1로 뒤진 6회말 무사 2루에서 오재일의 역전 우월 투런포(시즌 26호)가 뿜어져 나오자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곧이어 “두산의 승리를 위하여 오늘도 힘차게 외쳐라~”라는 응원가가 육성으로 울려퍼졌다. 두산 팬들은 그때부터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신하고 있었다. 상무에서 갓 제대해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이용찬(7회초 중간계투), 이원석(7회말 대타)이 2년 만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자 그라운드는 더욱 뜨거워졌다. 7회말 무사 1루에서는 3루석에 있던 두산 팬들까지 합세한 파도타기 응원이 나왔다.
그리고 9회초. 케이티(kt) 위즈를 9-2로 꺾고 시즌 90승(46패1무·승률 0.662)을 거두면서 잔여 7경기를 남기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두산 선수들은 마운드로 몰려들어 서로 얼싸안았다. 외야에서는 불꽃 축제가 펼쳐졌다. 1995년 이후 팀 역대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 지난해 두산은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5년 연속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바 있다.
반달곰의 거침없는 진격에는 선발 ‘판타스틱 4’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더스틴 니퍼트(21승3패)-마이클 보우덴(17승7패)-장원준(15승6패)-유희관(15승5패)이 이끄는 선발진은 리그 최고를 자랑하면서 68승을 합작해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경기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이 넷 중 마지막으로 시즌 15승을 챙기면서 두산은 케이비오리그 사상 최초로 한 시즌 15승 이상 투수 4명을 보유한 팀이 됐다. 다른 구단들이 선발 난조로 불펜 혹사를 겪을 때에도 두산은 이들이 마운드에서 긴 이닝동안 버텨주면서 시즌 내내 딱 이틀만 엔씨에 1위를 내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5선발은 아쉬움이 남지만 4명의 선발이 제 몫을 다했다”고 평했다.
김태형 감독이 뽑는 팀 내 최우수선수(MVP)는 4번 타자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올시즌 36홈런을 때려내는 등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날 6회말 상대 실책으로 팀의 3번째 득점을 올리면서 단일 시즌 팀 최다 득점 신기록(104개·종전 김현수 103개)도 세웠다. 작년 시즌 뒤 미국에 진출한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잊게 만드는 맹활약이었다. 김 감독은 “작년에 가능성을 봤는데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김재환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김재환과 함께 이날 결승 홈런의 주인공 오재일과 1번 타자 박건우도 반달곰 공격 선봉에 섰다.
두산은 올해 팀 타율 1위, 팀 평균자책 1위로 투타 밸런스가 가장 완벽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지난 시즌 초보 사령탑으로 팀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불곰’ 김태형 감독의 냉철한 카리스마가 더해지면서 두산은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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