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우리 아이 운동시킬까요?

등록 2016-08-25 16:53수정 2016-08-25 20:00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지난 22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가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은 아마추어 선수들.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가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은 아마추어 선수들. 연합뉴스

2016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아이들의 꿈은 바뀌었다. 첫째는 양궁 선수가, 둘째는 사격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양궁, 사격 경기가 재밌기도 했겠지만 뉴스 등에서 이들의 경기를 반복해서 보여주니 더 흥미가 생긴 것도 같다. 주변 상황도 비슷하다. 아이가 운동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며 상담을 해오는 지인들이 꽤 있다. 그때마다 나는 구체적인 답을 피한다. 어쩌면 답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엘리트 선수만을 위한 스포츠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은 참 암담하기만 하다.

올림픽 폐막식이 있던 지난 22일 오후, 2017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가 열렸다.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아마추어 선수들은 정확히 100명. 우선지명 10명까지 합하면 110명이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됐다. 대상자였던 938명 중 828명은 3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대학 야구팀으로 갈지, 육성선수(연습생) 신분으로 프로에 입단할지, 야구를 관두고 다른 일을 알아볼지 오롯이 그들의 선택이 남았다. 하지만 야구를 관둔 이후의 삶을 그린 아마추어 선수들이 얼마나 있을까. ‘선수’라는 ‘플랜 A’만 있고, 또 다른 ‘플랜 B’, ‘플랜 C’는 허락되지도, 스스로 준비하지도 못한 그들이다.

한 전직 아마추어 감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신인드래프트 때 떨어지고 한 학부모가 돈뭉치를 들고 찾아왔었어요. 우리 아이 어떻게든 대학 야구부에 넣어달라고. 그 돈 돌려주면서 ‘차라리 이 돈으로 아이 유학 보내서 공부를 시키세요’라고 했더니 ‘당신 (로비)능력 없어 그런 것 아니냐’며 화를 내고 돌아가더군요. 그러다가 1주일 뒤엔가 다시 와서 ‘고맙다’고 말하던데요.” 한 번 발을 집어넣으면 절대 중도에 뺄 수 없는 늪 같은 것, 그것이 현재의 아마추어 스포츠가 접한 현실이다.

신인드래프트 지명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작년에 10개 구단에 지명된 110명(우선지명 포함) 중 올해 1군 무대에 단 1경기라도 모습을 드러낸 선수는 25일 광주 기아전에 시즌 첫 선발 등판한 최충연(삼성)을 비롯해 2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2군에서 경쟁 중이거나 고등학교 시절 혹사로 수술 뒤 재활 중에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많은 계약금을 준 상위 드래프트 선수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3~4년 내 빛을 못 보면 육성선수 신분이 되거나 구단에서 정리된다”고 했다. 매년 육성선수를 포함해 110명 이상의 신인 선수들이 새롭게 들어오고 그들의 자리를 위해 110명 이상은 방출된다. 현실은 이렇게 잔인하다.

아이들에게 “양궁, 사격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포기할 게 너무 많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정작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한 아마추어 선수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한 학부모의 말이었다. “아이들 운동하다가 너무 풀어져 있으면 ‘이제 (감독한테) 맞을 때가 됐구나’ 싶어요. 그러면 효과가 바로 나오거든요.” 그리고 작금의 지도자들 생각도 많이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병행하면 절대 메달 못 따요. 스파르타식으로 운동만 시켜야 성적이 나죠. 아이들 성적 안 나면 누가 책임지나요.” 도대체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수영, 줄넘기 등을 배우기 위한 아이들의 학원비를 계좌이체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지는 하루다.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