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통]
아마추어, 미국행 주춤
아마추어, 미국행 주춤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미국 무대로 진출했으나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다가 국내로 돌아왔지만 1군 데뷔는 또래보다 5~7년이 늦었다. 2006년 엘에이 에인절스와 계약했던 정영일(SK·맨 왼쪽)은 팀 에이스 김광현과 동갑내기이고 엔씨 정수민(가운데·2008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 케이티 김재윤(맨 오른쪽·2008년 애리조나와 계약)은 두산 정수빈, 박건우 등과 동기가 된다. 각 구단 제공
2008~2009년 15명 광풍과 대조
2000년 이후 35명 빅리그 도전
추신수·최지만 등 단 3명만 성공
실패하면 국내 복귀도 늦어져
경험쌓은 뒤 진출 유리 판단
고교 1·2학년 유망주 10여명 풍성
내년 빅리그 러시 재연 가능성
에스케이(SK) 김광현(28)이 최근 메이저리그행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 때문에 포스팅(비공개 입찰)을 통한 미국 진출이 좌절됐던 과거를 딛고 올 시즌 말 자유계약(FA) 신분으로 재도전을 시사했다. 기아 양현종(28) 또한 미국행 꿈을 접지 않았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한때 광풍이 불었던 아마추어 쪽은 잠잠하다. 복수의 스카우트들은 “올해는 미국행 선수가 없을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맹목적으로 미국 무대만 바라보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과연 프로 경험 없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대박 신화를 쐈던 박찬호(은퇴),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뒤를 이을 선수는 없는 것일까? 2009년, 국내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미국행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최지만(시애틀 매리너스·42만5000달러)을 비롯해 나경민(시카고 컵스·72만5000달러), 신진호(캔자스시티 로열스·60만달러) 등 고졸 선수 9명이 미국프로야구로 진출했다. 역대 고교생 최다 메이저리그 계약 해였다. 하지만 이들 중 최지만만 올해 엘에이(LA) 에인절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2008년에는 6명이 미국 구단과 계약했으나 단 한 명도 빅리그 데뷔를 하지 못했다. 용마고 출신의 하재훈은 컵스에서 지난 시즌 방출된 뒤 최근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계약했고, 하재훈과 함께 미국으로 진출한 이학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여전히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 문을 두들기고 있다. 2008~2009년 때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했던 아마추어 15명 선수 중 빅리그 데뷔 꿈을 이룬 선수는 단 1명(최지만). 기간을 확장해 2000년 이후 한국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미국 무대로 진출한 아마추어 선수는 총 35명(한국야구위원회 자료)이었는데, 이들 중 빅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최지만을 포함해 추신수, 류제국(현 LG 트윈스) 3명밖에 없다. 나머지는 미국 구단에서 방출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107조 ①항(신인 선수 중 한국에서 고등학교 이상을 재학하고 한국 프로구단 소속 선수로 등록한 사실 없이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외국 프로구단과의 당해 선수계약이 종료한 날부터 2년간 케이비오 소속 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에 의거, 2년의 시간을 보낸 뒤 국내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거나 혹은 현재 참가를 준비중이다. 정수민(NC), 안태경(롯데), 김재윤(kt), 김동엽(SK)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또래 선수들보다 국내 프로 데뷔가 5년 정도 늦어졌다. 미국행 러시가 잦아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구단과 계약한 아마추어 선수는 ‘제2의 데릭 지터’를 꿈꾸는 박효준(2014년) 등 4명이다. 한 스카우터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는 국내 아마추어 야구 침체기로 미국 구단에서 관심을 보일 만한 선수가 적었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미국 쪽 분위기가 고졸보다는 비교적 경험이 많은 대졸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도 한몫한다. <유에스에이투데이>에 의하면 2012년 신인드래프트의 55%를 차지했던 고졸 선수 비율은 2013년 45%, 2014년 35% 등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 고교야구 누리집은 “전체 고졸 야구 선수 중 메이저리그 구단에 지명받을 확률은 0.5%뿐”이라는 통계를 내놓는다. 올해 아마추어 상황은 어떨까. 수도권 구단의 ㄱ 스카우트 팀장은 “키가 193㎝에 최고 시속 153㎞ 공을 던지는 부산고 우완 투수 윤성빈 정도가 미국 진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본인이 국내에서 뛰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안다. 6월27일 신인 우선지명이 있는데 연고지 구단인 롯데가 지명을 하면 아마 국내에 남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습효과 때문인지 미국 진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아마추어로 미국에 진출했을 때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일단 분위기가 국내 프로를 거쳐 미국으로 가자는 쪽으로 형성돼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현재 고교 1, 2학년 선수들 중에는 유망주가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구단의 ㄴ 스카우트 팀장은 “현재 2학년 투수들 중에는 시속 145~146㎞ 공을 던지는 선수들이 서울에만 7명이고 전국으로 치면 10여명에 이른다. 한 선수는 시속 150㎞의 공을 갖고 있기도 하다”며 “1학년에도 재능 있는 선수들이 꽤 있다. 옛날처럼 무조건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지는 않겠으나 한두 명이 진출했을 때 어린 선수들이 자존심상 경쟁심리 때문에 분위기가 2008~2009년 때처럼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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