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중반 엘지 트윈스에서 에스케이 와이번스로 이적한 정의윤은 올해 팀의 든든한 4번 타자로 자리잡았다. 정의윤의 경기 모습. 에스케이 와이번스 제공
[통통 스타]
SK 4번타자 정의윤
SK 4번타자 정의윤
자신이 못해서 팀이 졌다고 생각하면 경기 뒤 한참이나 혼자 더그아웃에 앉아 불 꺼진 그라운드를 쳐다본다. “짜증나고 화나는 기분을 풀면서 그날 못했던 순간을 복기하기 위해서”란다. 스스로 “욕심이 많다”고 말하는 부산 출신의 B형 남자, 에스케이(SK) 와이번스 정의윤(30) 얘기다.
“잘 하려는 욕심 탓에 늘 부진했다”
데뷔 10년 규정타석 딱 한번 채워
갈비뼈 골절 상태로 출전하기도 “10년만에 진짜 야구 시작했다” 작년 SK로 이적 스윙·방망이 바꿔
46타점 타점 2위·득점권 타율 0.389 정의윤은 요즘 “감사하고 행복하다”. 한 타석 결과가 중요했던 대타 인생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는 당당한 주전으로 한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데뷔 이후 작년까지 규정 타석을 채운 해가 2013년, 고작 한 시즌뿐이었다. 작년 7월까지 몸담았던 엘지(LG)에서 주전 도약의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막상 기회가 왔을 때는 잘하려는 욕심에 성적이 잘 나지 않았다. 다음 타석이 없을까봐 늘 불안했던 자리. 갈비뼈가 부러져서 숨쉬기조차 힘든데도 “아프다”고 말하면 출전 기회가 없을까봐 압박붕대를 하고 2주 동안이나 경기에 나선 적도 있다. 야구선수 출신의 아버지(정인교 전 롯데 코치) 때문에 “어릴 적부터 보는 게 야구”여서 야구선수가 됐는데도 프로 와서 뜻대로 야구가 잘 안됐으니 본인은 오죽이나 답답했을까.
에스케이로의 이적은 야구 인생의 전환기가 됐다. 김용희 에스케이 감독은 그에게 “눈치 보면서 야구 하지 말고 그라운드 위에서 재미있게 놀아라”는 조언과 함께 붙박이 주전 기회를 줬다. 그때부터 정의윤은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뗐다. 작년 후반기에만 개인 최다인 14홈런을 쳤고, 올해는 벌써 홈런 10개(부문 8위)를 때려냈다. 타율은 0.342(8위), 타점은 46개(2위), 그리고 안타는 66개(3위). 당당한 에스케이 4번 타자다. 특히 득점권 타율(0.389)이 높은데 “주자가 있으면 더 욕심을 안 내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라고 한다. “야구를 매일 하니까 ‘이게 야구 하는 거구나’ 싶다.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못하면 스트레스도 받는데 예전에는 모든 게 부정적인 스트레스였는데 요즘은 행복한 스트레스다. 경기를 할 때 덜 쫓기는 기분이고 내 자리가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한 타석 못하더라도 다음 타석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니까 정말 모든 타석이 소중해졌다.”
“생명의 은인”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정경배 타격코치를 만나 정의윤은 방망이 길이, 무게뿐만 아니라 스윙 궤도까지 타격 메커니즘을 싹 바꿨다. 엘지 시절에는 33.5인치(85.09㎝), 880g 방망이를 썼는데 에스케이 이적 뒤에는 34인치(86.36㎝), 900g 방망이를 사용하고 있다. 잠이 드는 시간(오전 1시~1시30분), 일어나는 시간(오전 10시~10시30분), 운동장 도착 시간(오전 11시30분~12시) 등 하루 일과도 정해진 틀대로 따라간다. “부상을 안 당하기 위한” 습관이다. 그의 올해 목표가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전 경기 출장”인데 “안 다치고 계속 경기에 나가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더 일찍 야구장에 나와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한다. 아직까지 전 경기(48경기)에 출전하고 있으니 목표는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다. 정의윤은 “10년 동안 야구를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기복을 없애고 싶다”며 “이제야 진짜 야구를 시작하는 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동갑내기 아내(이하야나)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작년 말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는데 트레이드 등이 겹쳐 미뤘고, 올해는 9월에 태어날 아이 때문에 결혼식을 못하게 됐다. 정의윤은 “가정이 생기면서 더 심적인 안정감이 생겼고 책임감도 늘었다. 든든한 내 편이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첫아이 태명은 ‘축복이’. ‘축복이’에게 더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 정의윤은 오늘도 “하루 4타석 다 나갈 수 있다”는 데 감사하며 가장 먼저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갈비뼈 골절 상태로 출전하기도 “10년만에 진짜 야구 시작했다” 작년 SK로 이적 스윙·방망이 바꿔
46타점 타점 2위·득점권 타율 0.389 정의윤은 요즘 “감사하고 행복하다”. 한 타석 결과가 중요했던 대타 인생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는 당당한 주전으로 한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데뷔 이후 작년까지 규정 타석을 채운 해가 2013년, 고작 한 시즌뿐이었다. 작년 7월까지 몸담았던 엘지(LG)에서 주전 도약의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막상 기회가 왔을 때는 잘하려는 욕심에 성적이 잘 나지 않았다. 다음 타석이 없을까봐 늘 불안했던 자리. 갈비뼈가 부러져서 숨쉬기조차 힘든데도 “아프다”고 말하면 출전 기회가 없을까봐 압박붕대를 하고 2주 동안이나 경기에 나선 적도 있다. 야구선수 출신의 아버지(정인교 전 롯데 코치) 때문에 “어릴 적부터 보는 게 야구”여서 야구선수가 됐는데도 프로 와서 뜻대로 야구가 잘 안됐으니 본인은 오죽이나 답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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