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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FA+외인=1000억대…‘묻지마 몸값’ 출구는 없다

등록 2015-12-23 19:00수정 2015-12-23 20:54

스포츠 통
프로야구 FA, 매년 ‘거품’ 논란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몸값이 100억원에 근접했다. 3루수 박석민이 엔씨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4년 96억원(옵션 10억원 포함)을 받았다. 하지만 ‘96억원’ 숫자 그대로를 믿는 야구 관계자는 드물다.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조차 의구심을 보인다. 작년부터 A급 에프에이 선수의 몸값 총액은 100억원(세금 포함)을 넘었다는 것이 야구계 정설이다. 올해 엔씨의 홈 관중 수입은 42억9275만원이었다.

에프에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1일 현재 외국인 선수 25명(총 31명)이 계약을 마쳤는데 지금껏 2144만달러(25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1인당 평균 85만7600달러의 몸값이다. 2년 전(2014년 평균 30만9188달러)과 비교해 2배 이상 올랐다. 2015시즌에는 시즌 중반 영입한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해 총 2327만5000달러(41명)를 썼다. 가히 ‘폭등’이라 할 만하다.

에프에이와 외국인 선수 몸값은 정비례 관계다. “에프에이 선수에게 연평균 20억~30억원을 쓰는데 외국인 선수 몸값 200만달러가 대수겠냐”는 현장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진출 뒤 단기복귀 선수까지 묶으면 ‘트리플 효과’가 나온다. 이병규, 김태균, 윤석민처럼 해외 진출을 했다가 돌아온 선수들에게 원소속 구단들은 거액의 연봉으로 보상을 해준다. A급 선수들이 해외 리그 이적을 최우선순위에 넣는 것은 도전의식과 함께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 포스팅에서 응찰 구단이 없던 손아섭, 황재균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연봉을 고민하는 것도 같은 연장선 위에 있다.

문제는 선수 몸값 폭등을 막을 제재 드라이브가 없다는 데 있다. 국내 프로 야구단은 스포츠 구단의 경영 논리가 아닌 모그룹 자금 사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구단들은 수입에 맞춰 지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출에 맞춰 수입, 즉 모그룹으로부터 명목상 광고비를 받고 제로섬 회계장부를 만든다. 에프에이 보상선수를 내주기 위해 묶는 20인 보호선수를 15명으로 줄이는 등의 강력한 제재 드라이브 없이는 거품 논란이 해마다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 FA 19명 몸값 > KBO 전체 연봉

22일 현재 오재원, 고영민만 에프에이 시장에 남은 가운데 723억2000만원이 풀렸다. 올해 10개 구단 597명(외국인 선수 제외)에게 지급된 연봉 총액(618억4300만원)보다 많다. 2013년(15명 523억5000만원), 2014년(19명 630억6000만원)에 이어 3년째 ‘광풍’이다. 내년에는 양현종(KIA), 김광현(SK), 최형우, 차우찬(이상 삼성) 등이 시장에 나온다.

723억2000만원 중 상위 5명(박석민·정우람·김태균·손승락·유한준)에게만 53%(384억원)의 돈이 쏠렸다. 이들과 달리 마정길(2년 6억2000만원), 박재상(1+1년 5억5000만원) 등은 보상 규정(전년도 연봉의 200%+20인 보호선수 외 한 명 혹은 전년도 연봉의 300%) 때문에 소속팀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고영민도 마찬가지다. 보상선수 때문에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다. 팀 선택의 자유를 갖게 됐으나 그마저도 족쇄가 있던 자유였다.

일부 A급 선수들에게만 혜택이 가는 에프에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등급제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등급제 실시에 따른 구단과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이에 온도차가 있다. 야구위 관계자는 “기록에 의한 등급제, 연봉에 의한 등급제 등이 논의 중인데 구단 측은 등급제 실시와 함께 계약금 상한제 등을 도입하기를 원하고 선수협은 무조건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금 상한제 등을 도입하려면 제도의 투명성을 위해 선수의 원천징수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개인정보 동의서 등의 장치가 부가적으로 필요하다. 선수협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선수협에서는 에프에이 취득 기간 축소를 원하지만 선수 몸값만 더욱 올릴 것이라는 게 구단들의 시각이다. “박병호가 지금 에프에이 시장에 나왔다면 얼마를 받았겠느냐”는 것이다. 대안으로 나오는 에프에이 이전 선수 다년계약 허용도 마찬가지다.

‘대어는 이미 100억’ 공공연한 비밀
특급 외인은 200만달러 이상 받아
양현종·김광현·최형우·차우찬 등
내년엔 더 큰장 벌어져 ‘광풍’ 불듯

“외인 확대” “FA 전 다년계약 허용”
“보호선수 축소” 등 대안 떠올라도
구단-선수협 의견차로 도입 어려워
보상선수 등 규정이 ‘족쇄’ 되기도

모그룹 없는 넥센은 육성 힘쓰지만
우승 목마른 구단들은 ‘돈 공세’
“선수당 100억 투자는 얼마든 가능
사실상 거품 걷어내기는 힘들 듯”

■ ‘무늬만’ 2144만달러…실상은?

2016시즌 외국인 선수 25명의 영입 총액은 표면상 2144만달러(252억 2416만원)다. 그러나 이 또한 최소 보장 비용일 가능성이 높다. 헥터 노에시(KIA)와 에스밀 로저스(한화)가 단적인 예다. 노에시는 올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195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기아가 노에시와 계약하면서 발표한 연봉은 170만달러에 불과하다. 올해 성적이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류현진(28·LA 다저스)과 같은 나이의 노에시가 꿈의 무대를 접고 아시아로 건너오면서 연봉이 깎이는 것까지 감수했을까. 작년 8월 깜짝 등장해 ‘지저스’로 불린 로저스도 마찬가지다. 190만달러에 재계약했다고 발표가 났으나 옵션을 포함하면 200만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게 설득력이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에 뽑힌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의 연봉은 250만달러였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첫해(1998년)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1명당 9만4083달러를 영입비용으로 썼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현재 영입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1명당 평균 영입비용이 9.3배 증가했다. 육성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구단당 보유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시되지만 가뜩이나 악화되는 국내 저변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야구위나 선수협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보유 3명, 출전 2명의 요건을 보유 3명, 출전 3명으로 완화하는 안이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3명 출전이 가능하면 외국인 투수 선발 쏠림도 일부 분산돼 토종 선발 투수 부족난이 다소나마 해소될 수도 있다.

■ 출구 없는 투자…우승만이 답?

프로야구단은 한 해 운영비로 300억~500억원을 쓴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 또한 한 해 350억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삼성의 경우 2014시즌에 선수단 운영비로만 398억원(총액 511억원)을 썼다. 2013시즌 선수단 운영비(280억원)와 비교해 110억원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광고수입이 190억원에서 280억원으로 뛰었는데 대부분 모그룹으로부터 충당됐다고 볼 수 있다. 한 구단 사장은 “현재 매출액의 70~80%가 선수단 운영비로 들어간다”며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1군 구장과 같은 2군 구장을 지으면서 관리비나 인건비 때문에 연간 운영비가 30억~40억원 늘어난 구단도 있다”고 밝혔다. 보통 헬멧 광고 때 구단은 모그룹 계열사로부터 20억~30억원을 받지만 모그룹 외 다른 기업으로부터는 3분의 1, 4분의 1 수준밖에는 광고비를 못 받는다.

에프에이나 외국인 선수를 향한 구단들의 맹목적인 투자는 모그룹의 현금 유동성이 나쁘지 않은 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돈 안 쓰는 구단은 가난한 구단(그룹)”이라는 시장 인식이 더욱 ‘거품’을 부추긴다. 또 다른 구단의 사장은 “우승에 목마른 구단은 앞으로도 에프에이나 외국인 선수 몸값이 아무리 비싸도 웃돈을 주고 해당 선수를 영입할 것이다. 구단의 적자와는 상관없이 구단주의 의지만 있으면 선수당 100억원 넘는 투자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거품을 잡기는 힘들다”며 “모그룹 의존도를 최소화하자는 게 지금 트렌드가 되고 있지만 구단의 성향에 따라 투자 지향적인 구단과 육성 지향적인 구단으로 점차 나뉘게 될 것 같다. 이미 삼성, 넥센, 에스케이, 엘지는 육성으로 돌아서지 않았느냐”라고 했다. 한때 ‘돈성’으로 불렸던 삼성이 최근 9개 구단 평균 외국인 선수 영입비용(87만3000달러)보다 덜 주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온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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