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미래는 ‘물음표’

등록 2015-11-22 19:16수정 2015-11-22 20:19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짜릿한’ 준결승이었고 ‘싱거운’ 결승전이었다. 일본에 17이닝을 지다가 마지막 1이닝을 극적으로 이겼을 때, 결승전(21일) 8-0 대승은 미리 짐작 가능한 숫자였는지도 모른다.

한국 야구는 프리미어12 원년 우승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면 아무리 어려운 상대라도 이길 수 있다는,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는 더는 일어나지 않는 일상적 진리가 스포츠에서는 아직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윤석민, 양현종, 오승환 등 주축 투수들의 부상과 해외원정 도박 파문으로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선택으로 뽑힌 대표팀이었기에 더욱 값진 우승이었다.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프리미어12를 만들기 위해 일정 변경 등의 꼼수를 부린 일본에 대표팀은 정수로 되받아치며 ‘한국의, 한국에 의한, 한국을 위한’ 프리미어12로 바꿔놨다. 10년 전 뇌졸중 후유증으로 아직까지도 몸이 불편한 김인식 감독이 6년 만에 현장에 복귀해 베테랑 감독의 지략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도 스포츠만이 만들 수 있는 ‘반전 드라마’였다.

선발투수 부족 여실히 드러나
청소년·성인 대표팀 아우르는
전임감독제로 체계적 육성 시급

우여곡절 끝에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자만해서는 안 된다.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투수력의 한계를 절감했다. 김인식 감독의 미래를 꿰뚫어보는 듯한 마운드 운용으로 실점은 많지 않았으나 선발투수의 부족은 여실히 드러났다. 오죽하면 김인식 감독 또한 “일본 투수들이 부러웠다”고 말할까. 심창민, 조무근, 조상우 등이 한움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들은 현재 소속팀에서 불펜투수로 뛰고 있다. 김광현이나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양현종, 윤석민 등의 뒤를 이을 선발투수의 발굴은 6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프라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외국인 투수를 한 명으로 묶고 신인 선발투수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등의 역발상적 대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대표팀 전임감독제 또한 대한야구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숙고해봐야 할 듯하다. 청소년대표팀, 성인대표팀을 전부 아우르는 전임감독이 있다면 대표팀의 체계적인 육성도 가능할 것이다.

전임감독제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일본은 철저히 계산된 전략으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정식종목 채택이 유력한 2020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어린 오타니 쇼헤이(21)를 국제대회에서 실험했고, 야마다 데쓰토(23)-쓰쓰고 요시토모(24)-나카타 쇼(26)로 이어지는 젊은 클린업 트리오로 간을 봤다. 한국에 역습을 당하며 3위에 그쳤으나 일본은 오타니, 쓰쓰고, 나카타를 전국구 스타로 배출해냈다. 대표팀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21일 밤 일본 야구 심장부인 도쿄돔에는 한국 팬들의 육성 애국가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그러나 한 번 자문해 봐야만 한다. 2017년 세계야구클래식 때도,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은 과연 마지막에 웃는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가장 꼭대기에 있을 때 가장 큰 위기일지도 모른다. 현재 시스템 점검과 미래를 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3 세계야구클래식 예선 탈락의 교훈을 아직 잊어서는 안 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