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4회초 2사 주자 2, 3루 때 대한민국 박병호가 좌월 3점 홈런을 친 뒤 더그 아웃에 들어와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5.11.21(도쿄=연합뉴스)
박병호 3점 홈런 앞세운 한국, 미국에 8-0 압승
이용규·김광현 등 부진했던 선수들도 ‘명예회복’
예선서 패했던 일본·미국 연달아 꺾는 ‘복수’ 성공
이용규·김광현 등 부진했던 선수들도 ‘명예회복’
예선서 패했던 일본·미국 연달아 꺾는 ‘복수’ 성공
타율 0.192(26타수5안타). 그의 전매특허인 홈런은 단 1개밖에 없었다. 삼진은 8차례나 당했다. 포스팅(비공개 입찰·1285만달러)에서 승리한 미네소타 트윈스와 연봉 협상중인 ‘예비 메이저리거’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로서는 고개를 들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방망이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졌다. 박병호는 21일 저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4-0으로 앞선 4회초 2사 2·3루에서 미국 투수 브룩스 파운더스의 3구째 시속 138㎞짜리 한복판 슬라이더를 받아쳐 큼지막한 좌월 3점포를 터뜨렸다. 한국팬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비거리 130m의 대형홈런이었다.
박병호의 홈런을 앞세운 한국은 미국을 8-0으로 제압하고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19일)에서 8회까지 0-3으로 끌려가다가 9회 대거 4득점하면서 대역전승을 거뒀던 기세가 결승전까지 그대로 이어진 모습이었다. 양현종, 윤석민, 오승환의 부상과 원정 도박 파문으로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우려와 짧은 기간 한국-일본-대만-일본을 오가는 힘든 일정에도 정신력과 투지로 똘똘 뭉쳐 일궈낸 짜릿한 우승이었다. B조 조별예선에서 ‘유이하게’ 패했던 일본, 미국에 연달아 꺾는 ‘복수혈전’의 완성이기도 했다.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용규, 김광현이 결승전에서 힘을 냈다. 준결승전까지 타율이 0.167(24타수 4안타)에 불과했던 이용규는 1회초 무사 1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뿜어냈다. 이용규는 이날 결승타를 비롯해 6타석에서 4차례(2안타 2사사구)나 출루해 2득점을 올렸다. 김현수는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이번 대회에서 13타점(타율 0.333)을 올리는 맹활약을 보였다. 대표팀 주장인 정근우도 5타수 3안타 1볼넷으로 1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번 대회 타율은 0.353.
일본과의 개막전, 미국과의 조별예선에서 불안한 투구를 보여줬던 선발 김광현은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명예회복을 했다. 투구수는 72개. 이번 대회 처음으로 5이닝을 채우면서 평균자책은 3.00으로 낮아졌다. 김광현은 7-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2루에서 1루 송구 실책을 범하며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주자의 수비 방해(라인 안쪽으로 달림)가 선언되면서 실점을 하지 않았다. 송구 실책 때 2루 주자가 홈을 밟았지만 수비 방해 시 규정상 원래 주자는 투구 시점의 베이스(2루)로 돌아가야 한다.
앞서 열린 3~4위전에서는 일본이 장단 11안타(5홈런 포함)를 몰아치면서 멕시코에 11-1, 7회 콜드승을 거두고 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는 결승전과 준결승전을 제외하고 콜드게임이 적용된다. 나카타 쇼가 타율 0.429, 3홈런 15타점을 기록한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의 준결승전 패배를 제외하고 전승을 거뒀다.
한편 이날 경기 관중은 4만411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대회 조직위는 결승전, 3~4위전을 다 같이 볼 수 있는 ‘하루 티켓’을 팔았다. 일본의 3~4위전 경기를 지켜본 일부 일본 팬들은 결승전까지 보다가 경기가 일방적으로 기울자 5회부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경기 전 선수 소개 때 이대호(소프트뱅크)가 호명되자 가장 큰 호응을 보내기도 했다. 일본 대표팀에 단 한 명도 뽑히지 않은 한신 타이거즈의 팬들은 우측 외야석에서 한신 응원가에 미국 선수 이름을 붙여 응원하면서 대신 한을 풀기도 했다.
도쿄/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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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4회초 2사 주자 2, 3루 때 대한민국 박병호가 좌월 3점 홈런을 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2015.11.21 (도쿄=연합뉴스)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4회초 2사 주자 2, 3루 때 대한민국 박병호가 좌월 3점 홈런을 친 뒤 홈에 들어온 뒤 포효하고 있다. 2015.11.21(도쿄=연합뉴스)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1회말 대한민국 선발 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15.11.21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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