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로 돌아온, 2006년 WBC ‘도쿄대첩’ 주역 이승엽
프리미어12 김인식호의 도쿄전 짜릿한 역전승에 감동
“9회 4점 내고 뒤집는 경우 드물어…후배들 자랑스럽다”
프리미어12 김인식호의 도쿄전 짜릿한 역전승에 감동
“9회 4점 내고 뒤집는 경우 드물어…후배들 자랑스럽다”
19일 일본과의 4강전이 열리기 직전, 이승엽(삼성)은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도쿄돔 3루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다. 9년 전 열린 2006 세계야구클래식(WBC) 1라운드 때와 같은 장소, 같은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여전히 대표팀 사령탑이고 국가대표 선수였던 이승엽만 특별해설위원으로 신분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당시 일본전에서 1-2로 뒤지던 8회 역전 결승 홈런을 때려냈던 이승엽은 경기 뒤 김 감독에게 ‘용돈’을 재촉하고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9년 전 평소 그런 말을 하지 않던 이승엽이 그날만은 경기 전에 ‘홈런 때리면 얼마를 줄 것이냐’고 물어서 ‘2만엔을 주겠다’고 답했었다”면서 옛일을 돌아봤다. 경기 때 극적인 홈런을 치고서 당당히 약속 이행을 주장했던 것. 김 감독은 “지갑에 달러밖에 없어서 이승엽에게 200달러를 주는데 마무리로 나왔던 박찬호가 ‘자신이 경기 수훈갑인데 왜 자신은 안 주느냐’며 따졌다. 그때 이승엽은 연봉(계약금 포함)이 2억1000만엔(약 20억원)이었고 박찬호는 샌디에이고로부터 1550만달러(150억원 이상)를 받고 있었다. 나는 한화 감독으로 연봉이 2억원이었는데도 둘이 그랬다”며 웃었다.
이승엽은 이날 삿포로돔 개막전(8일)에 이어 <에스비에스> 특별해설위원으로 경기 해설을 했다. 경기 전 “삿포로돔 개막전 때도 3회 지나니까 밑천이 다 드러났다. 도쿄돔에서는 도쿄돔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버텨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으나 경기 몰입도를 키우는 깊이 있는 해설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이승엽은 개막전 패배의 아픔 때문에 이날은 넥타이를 다른 방법으로 매기도 했다.
그렇다면 2006년 첫 도쿄 대첩을 이끌었던 ‘일본 킬러’ 이승엽은 이날의 9회 대역전 드라마에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이승엽은 경기 뒤 “믿을 수 없는 결과”라면서 “8회까지 아무 힘도 쓰지 못하다가 9회 4점을 내고 뒤집는 경기는 프로야구에서도 별로 없는데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그런 선수들과 같은 리그에서 뛰는 게 영광이고 후배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경기 전 홈런을 치는 후배에게 200달러를 주기로 했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날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이승엽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후배들을 만나면 한 턱 크게 쏠 것”이라며 웃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