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제 대회에서도 합의 판정이 필요할 것 같다.”

김인식(68) 대표팀 감독도 무척 아쉬운 모습이다. 15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예선 미국과의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나온 심판의 명백한 오심 때문이었다.

2-2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2사 1루.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을 투수 우규민의 재치있는 수비로 병살타로 연결시키며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이때 미국의 1루 주자 프레이저가 2루 도루를 감행했고 포수 강민호의 송구를 받은 2루수 정근우는 여유있게 프레이저의 발을 태그했다. 리플레이 화면상 프레이저의 발이 정근우의 글러브를 밟을 정도로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대만 출신의 왕청헝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정근우가 항의했으나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2사 2루에서 우규민은 결국 적시타를 허용했고 한국은 2-3으로 뒤진 채 10회말 공격을 해야 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뒤 “아쉽긴 아쉬운데 심판의 실수는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채택한 합의 판정이 국제 대회에서도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10회말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에서 1점도 못 뽑은 한국은 2-3으로 미국에 무릎꿇었다. 9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를 놓친 게 아쉬웠다. B조 3위(3승2패)로 8강에 오른 한국은 A조 2위 쿠바와 4강 길목에서 맞붙는다. B조 2위가 된 미국의 8강 상대는 네덜란드(A조 3위)다. 김인식 감독은 “한국에서 쿠바와 두 차례 친선경기(1승1패)를 가졌고, 쿠바도 쿠바대로 우리를 알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쿠바를 관찰했기 때문에 좋은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오늘 우리가 승리했다면 B조 2위가 됐을 텐데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국도 기회가 많았다. 양쪽이 많은 힘을 쏟은 경기였다”고 총평했다.

B조 3위가 되면서 한국은 쿠바를 이겨도 일본이 8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준결승전(20일)에서 일본과 맞붙는 험난한 여정이 됐다. B조 1위(5승)인 일본은 16일 A조 4위 푸에르토리코와 8강전을 치른다. 또다른 8강전은 캐나다(A조 1위)-멕시코(B조 4위) 전으로 치러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