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3)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이대호는 3일 오전 서울시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배려 속에 메이저리그 도전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미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전날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입찰)을 신청한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에 대해서는 “서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같이 활약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일본을 거쳐 미국 진출을 선언한 선수는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에 이어 이대호가 4번째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 투수로 입단했으나 타자로 전향한 뒤 2011년까지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2006년에는 트리플 크라운(타격·홈런·타점 1위)을 달성했고, 2010년에는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자유계약선수(FA)로 2012년 일본에 진출한 뒤에는 오릭스 버펄로스(2012~2013년), 소프트뱅크(2014~2015년)를 거치며 4시즌 동안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에서는 2년 연속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일본시리즈에서는 16타수 8안타(0.500) 2홈런 8타점으로 한국 선수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소프트뱅크에서도 연봉 6억엔(53억원)을 제시했으나 이대호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나는 신인이다. 프로 선수에게 돈은 자존심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지금은 나를 원하는 팀, 내가 뛸 수 있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되면 소프트뱅크에 잔류할 예정이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에 뽑힌 이대호는 당분간 경기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그의 미국 진출은 알렉스 로드리게스, 앨버트 푸홀스 등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엠브이피(MVP) 스포츠 그룹’이 돕게 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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