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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J트러스트가 정말 최선의 선택입니까

등록 2015-10-26 16:05수정 2015-10-26 16:16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올 시즌 내내 넥센 히어로즈를 “○○팀”이라고 불렀다. ○○는 아들이 좋아하는 반 친구 이름이다. ○○는 다른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방과 후에 늘 야구놀이를 한다. 목동야구장도 여러 번 갔다. ○○엄마는 “그동안 야구에 ‘야’자도 몰랐는데 아들 때문에 나도 야구에 빠졌다”고 했다. 야구 삼총사의 못 말리는 야구 사랑 때문인지 같은 반 여자 아이들까지 지금은 덩달아 야구에 관심을 보인다. 반 대표 엄마가 “우리 딸이 차 타이어 보더니 ‘엄마, 타이어가 야구 팀 이름이야’하면서 깔깔 웃었다”라고 할 정도니 말은 다했다. 네이밍 마케팅의 힘, 더 나아가 프로야구의 힘이라고 하겠다.

히어로즈가 넥센 타이어와의 6년 간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끝내고 일본계 제2금융그룹인 제이(J)트러스트와 네이밍 협상을 진행중이다. 고척 스카이돔으로 이사를 가면서 감당해야 할 운영비가 많아진 히어로즈와 이미지 쇄신을 원하는 제이트러스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제이트러스트를 비롯해 복수의 기업이 네이밍 스폰서에 관심을 보였으나 제이트러스트가 100억원 안팎의 금액을 제안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프로야구 구단들이 모그룹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연간 150억원 안팎(계열사 광고 제외)을 지원받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 파격적인 액수다. 뒤집어 생각하면 대부업에서 출발한 제이트러스트가 얼마나 프로야구를 통한 광고 효과를 원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협상 타결이 된다면 히어로즈는 앞으로 ‘제이티’(JT) 등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사금융 규제로 일본 밖으로 눈을 돌린 제이트러스트는 2011년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했다. “이젠 대부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제이티친애저축은행 등을 계열사로 두고 대출이 급한 서민을 상대로 20% 안팎의 고이율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탤런트 고소영이 초고액의 광고료를 받고 광고를 찍었다가 악화된 여론으로 광고를 파기했던 회사이기도 했다. 비록 광고를 접기는 했으나 고소영은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여론 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서도 히어로즈와 제이트러스트의 계약을 반대하는 의견이 64.0%로, 찬성 의견(11.6%)보다 훨씬 높았다.

업계 경쟁사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이 프로배구단(오케이저축은행)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이트러스트가 이름만 빌리는 ‘스폰서’로 프로야구에 참여하는 것에 반발 여론이 거센 이유가 납득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배구는 한 시즌 동안 팀당 36경기(남자부·여자부는 30경기)를 치르지만 프로야구는 144경기를 소화한다. 때문에 여론 노출 빈도에 있어서 프로배구와는 수백배의 차이가 난다. 은연 중 무의식적으로 각인되는 파급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연 700만명 이상이 보는 스포츠라 더욱 그렇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야구”라는 말은 굳이 꺼내지 않겠다. 다만 프로야구 팬들이 왜 응원 구단을 “우리팀”이라고 부르는지는 되짚어 봐야 한다. 1주일에 단 하루를 빼고는 야구단 성적에 일희일비 하며 생활의 일부분이 되는 게 바로 프로야구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히어로즈를 “○○팀”이라고 하고 한화를 “내 동생팀”이라고 칭하는 이유일 것이다. 과연 야구장에서 일본계 제2금융기업의 이름을 목청껏 응원(네이밍 마케팅 특성상)하며 당당히 “우리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팬들이 얼마나 될까. 당장 ○○엄마를 비롯해 아이를 데리고 야구장에 갈 어른 팬부터 히어로즈를 멀리 하기 시작했다. 아이 친구들도 벌써부터 다른 팀의 응원가를 외우고 있다고 한다.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평소 “나는 장사꾼이 아니다”라고 말해 온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팬들이 만들어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포기하고 1만8076석의 고척 스카이돔을 대다수 원정팬으로만 채워 개인 사업가로써 그저 실리만 챙기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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