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엔씨(NC) 다이노스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 청백전에서 외야수 나성범을 3차례 투수로 기용했다. “15회 연장에 대비하고 경기 막바지 팬 서비스 차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수를 가을야구 마운드에 세우는 게 비단 김 감독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듯하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야수가 실제로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존 기븐스 감독은 21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4선승제) 4차전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2-12로 뒤지던 9회초 2사 1·2루에서 불펜 투수 마크 로를 내리고 31살의 내야수 클리프 페닝턴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규리그 때 풀타임으로 야수로 활약한 선수가 포스트시즌 때 투수로 등판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페닝턴이 처음이다. 페닝턴 또한 메이저리그 데뷔 뒤 2루수, 유격수, 3루수, 좌익수로만 출전했을 뿐 투수로 공을 던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븐스 감독은 점수차가 많이 벌어지자 홈팬들을 위해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던 것. 토론토는 이날 선발 R.A 디키가 캔자스시티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2회 조기 강판해 디키까지 5명의 투수를 소모한 상태였다. 페닝턴은 91마일(147㎞) 속구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2점을 헌납했다. 하지만 벤 조브리스트를 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4차전 팀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토론토의 ‘투수’가 됐다. 페닝턴은 이날 속구 뿐만 아니라 체인지업, 커브까지 구사했다.
<엠엘비닷컴>에 의하면 릭 엔키엘과 베이브 루스가 야수로 포스트시즌에서 공을 던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규리그 때도 투수로 뛴 적이 있었다. 엔키엘은 2000년 3차례 가을야구 마운드에 올랐으며 2007년 외야수로 전향한 이후에는 야수로만 뛰었다. 루스 또한 1918년 월드시리즈에서 두 차례 선발 투수로 등판했는데 이때는 루스가 투수 겸 타자로 활약하던 때였다.
한편 토론토는 이날 캔자스시티에 2-14로 패하면서 챔피언십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장단 15안타를 터뜨린 캔자스시티는 단 1승만 추가하면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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