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스포츠]
18일 엔씨(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전 마산야구장 3루 더그아웃. 경기용 방망이를 든 민병헌(28·두산)은 편한 자세로 가위질(?)을 하기 시작했다. 자르는 게 아니라 가위의 날 부분을 이용해 방망이 그립 부분을 열심히 긁었다. 방망이 그립 부분에 묻어 있는 미끄럼 방지용 스틱, 속칭 ‘끈끈이’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타격할 때 다시 스틱을 써야 하지만 기존에 묻어 있는 것을 제거해야만 방망이 잡는 느낌이 좋아진다. 민병헌은 취재진을 향해 “허경민이 출루해도 내가 병살로 다 까먹는다. 경민이가 2루타는 치지도 않는다”고 툴툴대면서 날랜 손놀림으로 열심히 가위를 밀었다.
더그아웃에서 민병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팀 동료 김현수(27)는 훈수를 한마디 건넸다. “끈끈이는 장갑에 묻히고 방망이에는 스프레이를 뿌리는 게 훨씬 낫다. 그렇게 하면 끈끈이가 방망이에 안 묻는다.” 김현수의 말에 민병헌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경기 전 열심히 공격을 준비한 덕일까. 민병헌은 1차전에서 홈런포 2개를 쏘아올리며 두산 승리에 밑돌을 놨다. 7회 터뜨린 3점포는 경기에 쐐기를 박는 홈런이었다. 19일 2차전에서는 비록 팀이 패하기는 했으나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활약했다.
마산/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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