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염원을 담아….’ 가을야구는 시구도 특별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대학 야구팀 주장이었던 91살의 전직 대통령(조지 H.W. 부시)은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고, 조그만 몸으로 폐암을 이겨낸 4살 꼬마 숙녀(엘라 애니어)는 희망을 던졌으며,
13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015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팬들은 이날 경기 직전까지 시구자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 더그아웃을 나와 천천히 마운드로 걸어간 시구자는 컵스의 전설, 라인 샌드버그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유니폼이 아닌 등번호 14번의 ‘미스터 컵스’ 어니 뱅크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컵스 최초의 흑인 선수였던 뱅크스는 지난 1월 84살의 나이로 타계한 터. 컵스는 올해 첫 리글리필드에서의 가을야구를 팀 레전드에 대한 예우로 채웠던 것이다. 메이저리그 가을야구의 품격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향수 자극하는 MLB
토론토·LA 옛 우승 사령탑 선정
시카고는 숨진 ‘팀 레전드’ 기려 관례 지키는 KBO 넥센은 주로 열혈팬에 맡기고
두산은 인기 여성연예인 선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지난 9일 시토 개스턴(71)의 시구로 22년 만의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포스트시즌이 열리기 전까지 토론토의 첫 시구자가 누가 될지 의견이 분분했으나 최종 낙점자는 개스턴이었다. 개스턴은 토론토가 월드시리즈를 연속 우승했던 1992~93년 당시 토론토의 사령탑이었다. 93년 이후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토론토는 개스턴을 통해 과거의 향기를 느끼며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을 꿈꿨다. 10년 만에 가을야구로 초대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홈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의 가을야구 첫 시구자로 목뼈 골절로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 중인 조지 H.W. 부시(91) 전 미국 대통령을 택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목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탄 상태로 아내인 바버라 부시와 함께 등장해 오렌지색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1m 거리에서 공을 던졌다. 바버라 부시는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구가 참 잘됐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애스트로스 팬이었다”고 밝혔다. 엘에이 다저스의 1차전 시구는 암 투병 중인 4살 꼬마 아이가 맡았다. 다저스 마케팅담당 부사장인 앨리스터 애니어와 어맨다 부부의 딸인 엘라는 지난 2월 폐암 진단을 받고 7개월여 동안 암세포와 싸워왔다. 어른도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7차례나 견뎌내면서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아 ‘위대한 엘라’라고도 불리는 엘라가 조그만 손으로 포수 앞 2m 거리에서 공을 던지자 다저스타디움에 모인 5만4428명의 관중은 엄청난 박수로 화답했다. 다저스 2차전 시구는 톰 라소다 전 감독이 맡았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88년 당시 팀을 이끌었던 사령탑이 라소다 전 감독이다. 다저스 또한 토론토와 비슷한 의미에서 라소다 전 감독을 시구자로 택한 셈이다. 케이비오(KBO)리그 가을야구는 넥센 히어로즈 어린이팬인 박지호(10)군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현재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박군은 7일 에스케이와의 와일드카드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넥센은 팬 시구가 많은 편인데 13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시구도 ‘넥센 지킴이’를 자처하는 작곡가 겸 가수 김광진이 했다.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상대팀인 두산은 1차전 효린(시스타), 2차전 신수지 등 여성 시구자를 내세웠고 모두 승리했다. 가을야구 시구자는 플레이오프까지는 해당 홈팀이 정하며 한국시리즈부터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섭외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시카고는 숨진 ‘팀 레전드’ 기려 관례 지키는 KBO 넥센은 주로 열혈팬에 맡기고
두산은 인기 여성연예인 선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지난 9일 시토 개스턴(71)의 시구로 22년 만의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포스트시즌이 열리기 전까지 토론토의 첫 시구자가 누가 될지 의견이 분분했으나 최종 낙점자는 개스턴이었다. 개스턴은 토론토가 월드시리즈를 연속 우승했던 1992~93년 당시 토론토의 사령탑이었다. 93년 이후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토론토는 개스턴을 통해 과거의 향기를 느끼며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을 꿈꿨다. 10년 만에 가을야구로 초대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홈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의 가을야구 첫 시구자로 목뼈 골절로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 중인 조지 H.W. 부시(91) 전 미국 대통령을 택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목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탄 상태로 아내인 바버라 부시와 함께 등장해 오렌지색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1m 거리에서 공을 던졌다. 바버라 부시는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구가 참 잘됐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애스트로스 팬이었다”고 밝혔다. 엘에이 다저스의 1차전 시구는 암 투병 중인 4살 꼬마 아이가 맡았다. 다저스 마케팅담당 부사장인 앨리스터 애니어와 어맨다 부부의 딸인 엘라는 지난 2월 폐암 진단을 받고 7개월여 동안 암세포와 싸워왔다. 어른도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7차례나 견뎌내면서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아 ‘위대한 엘라’라고도 불리는 엘라가 조그만 손으로 포수 앞 2m 거리에서 공을 던지자 다저스타디움에 모인 5만4428명의 관중은 엄청난 박수로 화답했다. 다저스 2차전 시구는 톰 라소다 전 감독이 맡았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88년 당시 팀을 이끌었던 사령탑이 라소다 전 감독이다. 다저스 또한 토론토와 비슷한 의미에서 라소다 전 감독을 시구자로 택한 셈이다. 케이비오(KBO)리그 가을야구는 넥센 히어로즈 어린이팬인 박지호(10)군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현재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박군은 7일 에스케이와의 와일드카드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넥센은 팬 시구가 많은 편인데 13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시구도 ‘넥센 지킴이’를 자처하는 작곡가 겸 가수 김광진이 했다.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상대팀인 두산은 1차전 효린(시스타), 2차전 신수지 등 여성 시구자를 내세웠고 모두 승리했다. 가을야구 시구자는 플레이오프까지는 해당 홈팀이 정하며 한국시리즈부터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섭외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