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기아(KIA)와의 광주 원정에서 완봉승(3-0)을 거두며 ‘한화의 수호신’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에스밀 로저스(30·도미니카공화국)가 갈수록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이날 경기 뒤 그를 껴안아주며 무한신뢰를 표했던 ‘야신’ 김성근(73) 감독은 다음날 “내가 프로야구 사령탑을 하면서 데리고 있던 투수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김 감독은 로저스가 9회말 2사 뒤 김민우에게 고속 슬라이더 5개를 연속해서 던져 삼진을 잡아내는 장면과 관련해서는 “로저스가 알고도 못 치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선동열 전 기아 감독의 현역 시절을 보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이닝 소화력, 구위를 유지하는 능력, 조언을 받아들이는 태도 등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그는 “선동열 전 감독은 현역 시절 마무리로 등판한 다음날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단한 공을 던졌다. 선 감독보다는 로저스가 아래”라고 했다.
로저스는 이날 9이닝 동안 123개의 공을 던져 산발 5안타만을 내주며 두번째 완봉승을 거두는 괴력을 보여줬다. 그의 눈부신 투구로 한화는 최근 7연패 뒤 2연승을 올릴 수 있었고, 5위 다툼을 벌이는 기아를 0.5게임 차로 추격했다. 시속 158㎞의 강속구와 140㎞를 넘나드는 슬라이더, 그리고 낙차 큰 커브로 기아 타선을 완전 무력화시켰다. 9회까지도 최고 구속이 시속 150㎞를 넘을 정도로 지치지 않는 완투 능력도 선보였다. 제구력이 워낙 출중해 볼넷은 1개만 내줬고, 삼진을 무려 10개나 잡아냈다.
로저스는 한국에 오기 전 뉴욕 양키스에서 1년 정도 투수로 활약했지만 큰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선발투수도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4경기에 모두 선발투수로 출장해 3승무패로 맹활약 중이다. 3번이나 완투했고, 두차례 완봉승, 한차례 완투승을 올렸다. 4경기 평균자책은 1.31로 초특급 투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로저스의 몸값도 치솟으면서 이번 시즌 뒤 그의 행보도 초미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이달 초 어깨 부상으로 웨이버 공시된 셰인 유먼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된 로저스의 공식 연봉은 70만달러(8억3500여만원)다. 100만달러라는 얘기도 나왔으나, 이는 이적료 등을 합친 액수로 알려졌다. 로저스가 영입 한달도 안 돼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서 코칭스태프 등 한화는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시즌 뒤 그를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벌써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로저스는 여전히 메이저리거로서의 성공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로저스가 ‘메이저리그의 꿈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다른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새로운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로저스가 ‘신이 리드한 대로 따를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가 시즌 뒤 떠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한국에서 검증된 용병을 선호하는 일본 프로야구 구단 쪽에서 벌써 로저스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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