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형평성 지적하며 ‘상심’ 드러내
KBO “제지할 시간 있었는데 방관탓”
이동걸 5경기 출장정지·벌금 200만원
KBO “제지할 시간 있었는데 방관탓”
이동걸 5경기 출장정지·벌금 200만원
“케이비오(KBO)가 내린 규제가 최종적 판단이라면 이를 받아들이겠다. 감독 최연장자로서 야구계 전체를 생각해 말을 아껴왔는데, 대한민국에서 감독으로 야구 하기 참 힘든 것 같다.”
‘야신’ 김성근(73) 한화 감독이 깊은 상심에 빠졌다. 그는 “희망과 야망과 욕심을 가지고 4년 만에 돌아와 대한민국 프로야구 어떻게 해볼라고 했는데 조금씩 열정이 사라진다. 지금 같으면 잘못 돌아왔다는 기분도 든다”고 했다. 지난 12일 롯데와의 사직경기에서 벌어진 빈볼 논란과 관련해 일부 팬들의 비난이 나오고,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가 감독인 자신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3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한 데 대한 반응이다. 김 감독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김 감독은 이날 저녁 삼성과의 대전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번 (빈볼)사건으로 한화 팬들이 등을 돌린다는 것은 슬프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야구계를 떠나겠다”고 했다. 그는 “구단과 선수들에게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것은 감독인 내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징계 통보를 받은 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앞으로 빈볼 논란이 생기면 모두 더그아웃 지시로 판단하고 감독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상벌위는 사직경기 때 롯데 황재균한테 왼쪽 엉덩이에 맞는 공을 던져 즉시 퇴장명령을 받았던 한화의 우완투수 이동걸(32)에 대해 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2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동걸은 당시 한화가 1-15로 뒤진 5회말에 황재균을 맞아 초구부터 몸쪽으로 위협구를 뿌렸고, 3구째 엉덩이를 맞혔다. 이에 대해 김성철 구심은 ‘의도가 담긴 위협구’라고 판단해 이동걸에게 퇴장명령을 내렸다.
상벌위는 이례적으로 선수단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김성근 감독은 물론 한화 구단에 대해서도 벌금(500만원)을 부과했다. 빈볼 시비로 인해 구단이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일 야구위 실행위원회에서 빈볼, 폭행, 도핑규정 위반 등의 경우에는 해당 구단에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제24조)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상벌위는 “사직경기에서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빈볼로 인해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경기가 중단되는 등 스포츠 정신을 위배한 행동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판단해 감독과 소속 구단에도 벌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단 관리 문제로 감독에게 벌금을 부과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첫 사례도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엘지 사령탑이던 2002년 6월21일 기아와의 잠실 경기 때 빈볼 시비에 이어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데 대한 책임으로 당시 야구위로부터 김성한 기아 감독과 함께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앞선 두 사례는 빈볼 시비 이후 두 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어 감독들이 징계를 받았다. 이번에는 빈볼 시비만으로 감독과 구단에 대해 벌금을 부과했다.
야구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통 빈볼의 경우 초구에 맞혀 버리고 끝난다. 그러나 한화의 경우는 4회에도 황재균에게 몸맞는 공을 던졌고, 5회에는 황재균에게 초구와 두번째 투구로 맞히려다 실패하고 세번째 투구에서 맞혔다. 감독이 지시했든 안 했든, 감독이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방관했다. 단순한 빈볼이 아니라고 봤다”고 제재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김성근 한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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