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봄이 다가온다. 봄은 야구 시즌의 시작을 의미한다. 프로 데뷔 21년차인 ‘라이언킹’ 이승엽(삼성)도 마흔살의 봄을 향해 가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이승엽은 17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잔부상 없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어 몸상태는 좋다. 지금까지는 만족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진실한 땀은 나이도 이길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승엽은 작년에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의 성적을 냈다. 스스로에게도 100점 만점에 90점을 줄 정도로 흡족한 시즌이었다. 2013년에 내리막을 걸었던 터라 더욱 그랬다. 이승엽은 “작년보다 올 시즌이 더 중요한 시즌이 될 것 같다. 1년 동안 야구에 집중해서 시즌을 마쳤을 때 작년처럼 편안한 겨울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캠프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타율, 홈런, 타점 목표치는 아직 세우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는 만족스럽다. 그는 “작년 말부터 꾸준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고 캠프에 들어와서는 예년과 달리 야식 금지 등으로 음식 조절을 하고 영양보충제를 섭취하면서 몸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부상 없이 훈련에 꾸준하게 참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몸상태가 좋다는 것”이라고 했다. 구자욱 등 젊은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대해서는 “어린 선수들이 훈련량도 많고 연습경기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나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괌 1차 훈련에 이어 지난 4일 일본 오키나와에 입성한 삼성은 현재 주니치, 라쿠텐 등 일본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실전감각을 조율하고 있다. 예년처럼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이승엽은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은 이미 다 만들어놨다. 어제(16일) 김성래 수석코치와 상의했는데 주말(21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는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2015 시즌 개인 구상은 얼추 마쳤다. 그는 “아무래도 작년 시즌 준비했던 것처럼 시즌 초반이 중요할 것 같다. 김한수 타격코치와 상의한 결과 개막 후 10경기 정도까지는 풀스윙보다는 타격 정확성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10경기를 잘 치르면 조금씩 페이스를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작년에도 타격폼을 조금 수정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옛것을 고집하기보다는 몸상태에 맞게 타격의 변화를 주면서 ‘진화하는 국민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엽은 올해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400홈런 고지(일본리그 159개 홈런 제외)를 넘보고 있다. 그는 작년까지 국내에서 390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장기적으로는 2000안타(현재 1704개)를 채운 뒤 은퇴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은혁, 은엽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승엽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개인 성적은 물론이고 경기장 안팎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하고 싶다. 그러면 아들들도 최고의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며 “작년에는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한 한해를 보냈다. 올해도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남편이 되기 위해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