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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구단 시대…중계권 ‘쩐의 전쟁’

등록 2015-02-01 20:01수정 2015-02-02 10:04

4년만에 돌아온 중계권 협상
2009년 4월, 프로야구 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프로야구 중계권 대행사 A사와 케이블 채널 간의 협상 난항으로 한동안 텔레비전에서 프로야구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계 파행 속에 케이블 디원티브이나 리얼티브이가 1~2경기를 중계했으나 팬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는 없었다. 2008년부터 프로야구 전 경기를 안방에서 봐왔던 팬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A사와 케이블 채널은 합의점을 좁혀갔고 6월께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새로운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이 시작된 올해는 괜찮을까. 중계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상파3사와 협상하는 KBOP
10구단 체제에 게임 수 늘어
50%이상 오른 ‘300억+α’ 요구
지상파3사는 케이블에 재판매
중계권료 대부분 이 돈으로 충당

케이블 4곳 중 XTM 빠지고
JTBC+1곳 들어올 가능성
“시청률 1%로 낮고 광고 힘든데
제작 비용은 90억 육박” 불만
중계권료 놓고 벌써 힘겨루기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은 가장 먼저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마케팅사인 케이비오피(KBOP)와 지상파 방송 3사 컨소시엄과의 계약으로부터 이뤄진다. 야구위는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가장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었던 지상파 3사에 우선권을 준다. 케이비오피가 현재 요구하는 금액은 ‘300억원+α’다. 이전 계약(2011~2014년) 때 받았던 연간 평균 180억원보다 50% 이상 인상된 액수다. 지상파 3사 컨소시엄은 중계권을 산 뒤 케이블 채널 등에 재판매하게 된다. 네이버·다음 등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아프리카티브이, 모바일, 지상파 디엠비(DMB) 등 뉴미디어 중계권은 케이비오피가 따로 판매한다.

인상 요인은 물론 있다. 일단 경기 수가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야구 중계 날짜가 많아졌다. 또한 올해부터 10구단 체제가 처음 정립되면서 매일 5경기가 중계될 수 있다. 기존의 4개 채널이 아닌 5개 채널에서 야구 중계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채널 한 개가 추가되니 그만큼의 인상분이 중계권료에 반영된 것이다. 케이블 채널당 50억~60억원씩 중계권료를 지급하면 250억~300억원의 액수가 도출된다. 작년에 케이블 채널 4사가 중계권료로 지급한 액수는 40억원 안팎이었다.

케이블 채널 중계권 협상에는 지상파 3사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 2005년부터 프로야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A사가 판매를 대행한다. 작년까지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3사 외에 <엑스티엠>(XTM)이 2012년부터 3년 동안 나머지 한 경기를 중계해왔으나 올 시즌을 앞두고는 고심하고 있다. 투자 대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엑스티엠>을 비롯해 <티브이엔>, <오시엔> 등 여러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씨제이이앤엠(CJ E&M) 관계자는 “프로야구 중계를 하면서 <엑스티엠>의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시청률이 1% 안팎에 불과했다. 예전 같으면 1%가 크지만 요즘은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중계권료에 제작비까지 합한 투자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엑스티엠>의 야구 중계 지속 여부는 3월께나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엑스티엠>이 야구 중계에서 빠지면 기존 스포츠 채널 외에 2개 채널이 더 필요하게 된다. 1~2년 전부터 꾸준하게 들려오는 소식은 종편 <제이티비시>(JTBC)의 프로야구 중계 참여 가능성이다. <제이티비시>는 이미 2013 세계야구클래식(WBC)을 독점 중계했던 전례가 있다. 복수의 관계자는 “만약 <제이티비시>가 야구 중계권을 따내면 골프 전문 채널인 <제이골프>(J골프)를 <제이스포츠>로 이름을 바꿔 오전에는 골프, 오후에는 야구 중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나머지 한 자리는 A사가 운영하는 스포츠 방송 채널인 <스포티브이>(SPOTV)나 또다른 채널이 맡게 될 전망이다. A사는 2009년 프로야구 미방영 사태 이후 스포츠 콘텐츠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는데 지난해까지 <엑스티엠>이 중계한 프로야구의 절반 이상을 A사가 제작해왔다. 물론 중계 채널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중계권료를 포함해 제작비 80억원 이상을 쓸 케이블 채널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지상파 3사 컨소시엄과의 중계권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으나 중계권료를 둘러싼 대행사와 케이블 채널 간의 갈등의 불씨는 벌써부터 엿보인다. 지상파 3사가 케이비오피에 지급하는 중계권료 대부분을 케이블 채널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케이블 채널의 B 피디는 “경기 수 증가에 따라 야구위는 2011년보다 훨씬 더 많이 받겠다는 입장인데 경기 수가 증가한다고 케이블 채널에 득이 될 것은 없다. 올해부터는 5개 중계사가 붙기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시청층은 그대로인데 시청률과 그에 연계된 광고는 5개 채널이 나눠먹기를 해야 하니까 채널 쪽에서는 5경기 중계가 달가울 리 없다.

실제로 프로야구 평균 시청률(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은 2012년 1.24%를 찍은 뒤 하락세에 있다. 지난해 평균 시청률은 1%에 겨우 턱걸이(1.01%)한 수준이다. B 피디는 “채널당 프로야구 시청률은 100%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경기 침체로 광고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시청률까지 떨어지면 광고가 더 안 붙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미디어에 시청층을 뺏기는 상황에서 두터운 팬층으로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롯데나 기아(KIA)가 전력상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것도 스포츠 채널 관계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보통 프로야구 중계에는 인건비와 장비 투자 등을 합해 1년에 30억~4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중계권료까지 합하면 70억~80억원의 제작비가 든다. 중계권료가 폭등하면 한 시즌 프로야구 제작 총액이 9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는 뜻이 된다. 방송 관계자는 “메이저리그(MLB)나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등 국외 스포츠 중계권료도 꽤 비싸지만 이는 광고 독점권이 따라온다. 타사와 광고 나눠먹기를 할 필요가 없다. 제작비도 해설자 외에 피디 한명만 필요하기 때문에 30~40명이 달라붙는 프로야구 중계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케이블 채널을 더욱 갑갑하게 하는 것은 뉴미디어 중계권료다. 케이비오피는 작년에 뉴미디어와 장기 계약(5년 추정)을 하면서 총액 100억원 이상의 중계권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위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의 경우 2013년까지 네이버에만 독점 중계를 줬으나 작년부터 다음에도 팔았다. 독점 중계를 했을 때보다 두배 이상 넘게 중계권료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들 뉴미디어 중계의 경우 케이블 채널의 중계 방송 화면을 그대로 갖다 쓴다는 데 있다. 또다른 방송사 피디는 “프로야구 화면만 가져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 채널들이 애써 섭외한 해설자와 독자적인 중계 기술까지 그대로 가져다 쓰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상파 3사 컨소시엄이 케이비오피로부터 사는 중계권에는 케이블 채널 중계권 외에 <와이티엔>(YTN)이나 종편 4사 등에 제공하는 뉴스용 화면 판매권도 포함돼 있다. 종편 4사의 한 기자는 “뉴스용 화면은 지상파 3사 대행사인 A사에서 구매하는데 야구를 메인으로 하고 보통 농구, 축구 등의 화면을 끼워팔기 식으로 함께 산다. 해마다 협상을 하는데 작년에는 2억7000만원을 준 것으로 안다. 올해는 야구 경기 수가 늘어나서 아무래도 금액이 올라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 중계권료는 2억8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당시에는 오히려 야구단에서 방송국 쪽에 제작비를 일부 댔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야구 중계 때 기업 광고를 몰아주는 식으로 도움을 줬다는 얘기다. 그만큼 ‘중계권료’라는 것 자체가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케이블 채널의 확장세와 맞물려 프로야구 중계권료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등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중계권 수익료로만 한 구단이 40억원 이상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크다. 야구위 관계자는 “프로야구는 중계 채널과 함께 외연을 확장해왔다. 향후 10년, 20년을 바라보면서 서로간 상생을 위해 양보를 할 건 하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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