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고척동에 건설 중인 고척돔이 올시즌 프로야구의 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고척돔은 오는 8월 완공돼 넥센 히어로즈의 안방 구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고척돔 광고·운영권 등 놓고
서울시와 히어로즈 입장차
시 “모든 권한 주면 특혜시비”
지하철 멀고 주차시설도 좁아
히어로즈 “솔직히 들어가기 싫다”
서울시와 히어로즈 입장차
시 “모든 권한 주면 특혜시비”
지하철 멀고 주차시설도 좁아
히어로즈 “솔직히 들어가기 싫다”
국내 최초의 돔야구장인 고척돔이 서서히 제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붕 씌우기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늦어도 8월까지는 완공될 계획이다. 새 집(고척돔)이 거의 모습을 갖춰가는데 입주자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상반기에 운영권자를 정할 것”이라고 했으나 고척돔 운영권자를 최종적으로 정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만8092명 수용 가능한 고척돔은 2007년 설계 당시 건설비 400억원 정도의 하프돔으로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2009년 4월 완전 돔구장 형태로 설계가 바뀌었다. 더불어 건설비도 23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고척돔은 광주 챔피언스필드(2014년 초 완공·KIA)나 대구 신축야구장(2015년 말 완공·삼성)과 달리 민간 기업의 투자 없이 온전히 서울시 예산으로만 지어졌다.
고척돔은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으로 급하게 짓다보니 시장성·접근성이 최악이다. 주차 시설이 500대 미만이고 대중교통(지하철)을 통한 접근도 쉽지 않다. 수용 인원도 잠실야구장(2만7000명)보다 적다. 서울 연고의 프로야구단 3팀(두산·엘지·히어로즈)이 돔구장이라는 국내 유일의 이점에도 고척돔에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다. 지난해 9월 대한야구협회(KBA)와 서울시가 고척돔 완공 후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한다는 협정을 체결하면서 현재 목동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히어로즈가 고척돔으로 떠밀리는 형국이 됐다.
히어로즈는 2008년 창단 이후 일일대관료(12만원)를 내고 목동야구장을 사용해왔다. 공개 입찰을 하고 있는 잠실야구장과 달리 일정 금액(12~15억원)을 지불하고 목동야구장 광고권도 행사하고 있다. 히어로즈 관계자에 따르면, 히어로즈가 구장 사용권·광고권·입장권 판매(장당 평균 500원) 등으로 연간 서울시에 지불하는 총액은 28억원 안팎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목동야구장은 히어로즈가 신생 구단이었기 때문에 아마추어와 같은 급으로 배려를 해준 것”이라며 “새로 지은 고척돔에 대해서도 모든 권리를 달라고 하는데 그럴 수는 없다. 2000억원 이상의 시민들 세금이 들어갔는데 특정기업, 특정구단에 특혜를 주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히어로즈가 구장 신축 비용의 일정 부분을 낸 기아, 삼성이나 수원야구장 리모델링 비용을 댄 케이티(kt)와 같은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히어로즈 고위 관계자는 “고척돔과 관련해 지금껏 서울시와 공식적인 협상을 한 적이 없고 어떤 권리도 주장한 적이 없다. 고척돔에 들어가기 싫은 게 솔직한 우리 심정”이라고 했다.
야구장 광고권은 두산, 엘지가 예의주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고척돔 광고권을 히어로즈에 줄 경우 두산, 엘지도 형평성을 들어 광고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잠실야구장 광고권을 공개 입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 광고를 통한 수입 중 일부는 야구장 개보수에 사용된다.
표면상 쟁점은 고척돔 내 광고권이지만 속사정은 꽤 복잡하다. 고척돔 내 상업시설 임대권, 식음료 판매권, 야구 비시즌 기간 운영권 등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고척돔은 일반 야구장과 달리 공연 유치 등으로 비시즌 수입 창출이 가능한 곳이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송파구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등을 고려하면 공연 유치로 연간 최대 30~40억원 수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고척돔이 야구장뿐 아니라 문화·상업 시설로의 이용이 가능한 탓인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장충체육관 등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도 고척돔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돔구장 연간 운영비에 있어서도 서울시와 히어로즈의 시각차는 존재한다. 서울시는 운영비를 연간 80억원 이하로 추산하고 있고, 히어로즈는 100억원 안팎으로 계산한다. 일부에서는 2~3년 동안은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시범 운영해 연간 수입, 지출을 따져본 뒤 전체 운영권자를 결정하는 방법도 제기된다. 야구계 한 원로는 “비록 전시 행정과 불통이 만들어낸 고척돔이지만 합리적 대화와 협상으로 합당한 결론을 도출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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