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로키스의 김선우가 25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안방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덴버/AP 연합
쿠어스필드서 ‘눈부신 6승’ 본즈도 세차례 모두 그냥 돌려보내
김선우-완봉승 기록은
● 한국인으로 박찬호 이어 두번째
● 콜로라도팀 톰 존스 이후 4년만
9회 초 2아웃.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타자 스노우가 친 공이 높이 떴다. 공이 좌익수 맷 할리데이의 글러브로 쏙 빨려들어가는 순간, 김선우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오른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서니’ 김선우(28·콜로라도 로키스)가 25일(한국시각) 생애 첫 완봉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선우는 이날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 투구로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삼진은 3개를 잡았고, 3안타 1볼넷만 내줬다.
김선우는 시즌 6승(2패)을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한국인 투수의 메이저리그 완봉승은 엘에이 다저스 시절 박찬호에 이어 두번째다. 박찬호는 2000년 9월30일과 이듬해 7월19일 샌디에이고와 밀워키를 상대로 한 차례씩, 모두 2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바 있다.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를 안방으로 사용하는 콜로라도에서 완봉 투수가 나온 것도 2001년 톰 존슨 이후 4년 만이다. 김선우로서는 내년 주전 선발경쟁에서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또 이 경기 전까지 3타석 2홈런 1볼넷을 내주며 절대 불리함을 보였던 ‘홈런 타자’ 배리 본즈까지 침몰시켜 기쁨은 배가 됐다. 김선우는 이날 3번의 대결에서 뜬공, 직선타, 땅볼을 유도하며 본즈가 1루도 밟아보지 못하게 했다.
김선우는 30타자를 상대로 모두 101개의 공을 뿌렸고, 이 중 6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시속 134∼136㎞대의 속도로 빠르지 않았으나 공배합과 제구력이 절묘했다. 김선우는 3회 유격수 땅볼로 결승점을 뽑는 등 타석에서도 마운드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7회 때는 번트로 1루에 진출하며 무사만루의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날 승리로 김선우는 8월22일 시카고 커브스전 승리를 시작으로 5연승을 달리면서 평균자책도 4.40으로 낮췄다. 김선우는 경기 뒤 “9회 때 어질어질하고 오른팔에 경련이 일었으나 고통을 참았다”며 “마지막 공이 좋지 않았지만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