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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86억·장원준 84억…FA 몸값 ‘거품’ 논란

등록 2014-11-30 19:41수정 2014-12-01 08:57

프로야구 ‘쩐의 전쟁’ 후폭풍
만약 ‘선수’ 선동열이 에프에이 자격을 얻었다면 ‘몸값’이 얼마였을까. 지금 분위기라면 족히 200억원은 넘지 않았을까.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쩐의 전쟁’이 과열 양상이다. 11월29일까지 최정 등 13명에게 풀린 돈만 555억6000만원. 배영수 등 미계약자가 남은 상황에서 지난해 쏟아냈던 523억5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리그 수준에 비해 선수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는데도 마땅한 제어장치는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소 2~3년 동안은 에프에이 광풍이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정(27)은 10시즌 평균 타율이 0.292였고, 홈런은 168개(시즌 평균 16.8개)를 때렸다. 타점은 634개. 출루율은 0.382, 장타율은 0.494였다. 원 소속팀 에스케이가 그에게 지급한 에프에이 몸값은 86억원. 그렇다면 12시즌 평균 타율 0.320에 232홈런(시즌 평균 19.33개), 출루율 0.423, 장타율 0.529의 선수에게는 과연 얼마를 줘야 할까. 타율 0.320은 장효조(0.331)에 이어 프로야구 역대 2위에 해당하는 통산 타율이다. 마이너스 요인이라면 20대인 최정보다 5살이 많다는 것이다. 누구냐고? 내년 에프에이 시장에 나올 김태균(32·한화)이다. 내년에는 김태균뿐만 아니라 통산 타율 3위(0.317)의 김현수(26·두산)와 구원왕 손승락(32·넥센), 정우람(SK) 등도 에프에이 자격을 얻는다. 3년 뒤에는 홈런왕 박병호(넥센)가 나온다. “조만간 200억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한 구단 대표이사의 말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에프에이 몸값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때는 2011년 말이다. 당시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자금난 타개를 위해 현금트레이드로 엘지에 보냈던 이택근을 재영입하면서 50억원의 거액을 이택근에게 안겨줬다. 이전까지만 해도 A급 외야수 몸값은 30억~40억원에 형성돼 있었으나 이택근을 계기로 50억원이 됐다. 이듬해 기아가 통산 타율 0.279의 김주찬을 영입하며 금액(50억원)을 맞춰줬고, 2013년 이종욱(50억원·NC), 올해 김강민(56억원·SK), 박용택(50억원·LG)으로 이어졌다. 한때 최다안타 1위(2006년), 득점 1위(2012년)였던 이용규(한화)는 67억원까지 챙겼다. ‘타격 기계’로 불리는 김현수(외야수)의 내년 협상 몸값은 80억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게 야구계 중론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당연해’ 보인다.

내년 ‘타격기계’ 김태균·김현수…
3년 뒤엔 ‘홈런왕’ 박병호 대기
선수들 “자존심 세워달라” 요구
앞으로도 기록 경신 불보듯 해

9·10구단 창단으로 선수 부족
구단안팎 여론도 몸값 급등 원인
모기업 지원금에 목매게 되고
2·3군 처우개선은 더 힘들어져

투수 쪽의 거품은 더욱 심하다. 타고투저와 외국인 투수 득세 현상에서 보듯이 국내 리그에서는 쓸만한 토종 투수가 그리 많지 않다. 20대 좌완 선발 장원준(롯데→두산)의 몸값이 84억원까지 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완선발 윤성환은 80억원, 구원투수 안지만은 65억원을 받았다. 이 또한 앞으로 에프에이 계약 선수들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에프에이 협상 테이블에서 선수들이 자주 하는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말은 “○○○보다 많이 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내년에 시장에 나오는 손승락, 정우람의 몸값이 안지만보다 떨어질 이유는 없다. 윤석민(현 볼티모어)이 1~2년 내 국내 리그로 돌아와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서 헐값(포스팅액 150만달러 안팎)을 제시받은 좌완선발 양현종이 국내에 잔류한다면 2년 뒤에는 100억원 이상 받을 분위기다.

구단들이 앞다퉈 에프에이 영입에 돈을 쏟아붓고 있으나 실제 효과는 투자만큼 나오지 않는다. 2005~2006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은 외부 에프에이 선수 영입과 거의 무관했다. 2007~2008년, 2010년 우승한 에스케이나 2011~201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삼성은 당해 전년도에 외부 에프에이 계약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2009년 기아도 마찬가지였다. 꾸준히 중상위권 성적을 올려온 두산도 그렇다. 올해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은 지난해까지 외부 에프에이(홍성흔, 이혜천)를 두 명 영입했다. 이들은 원래 두산 소속이었다. 그런데도 두산은 2000년 이후 15시즌 동안 5차례만 제외하고 10차례 가을야구를 했다.

반면 가을야구에 목말랐던 엘지는 2006년 박명환, 2008년 정성훈·이진영을 영입하면서 보상액 포함 130억원 이상의 돈을 쏟아부었으나 성과는 없었다. 한화 또한 2011년부터 작년까지 내외부 에프에이 선수에 206억원을 썼으나 결과는 작년도, 올해도 꼴찌였다.

프로야구단은 에프에이 몸값을 감당할 만큼 재정적 기반이 있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야구단 연간 운영비(300억~400억원)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A구단을 예로 들면 운영비 중 100억원은 관중 수입, 100억원은 중계권료를 비롯해 구장 및 유니폼 광고 수입, 나머지 150억~170억원은 광고료 명목으로 모그룹의 지원을 받는다. 에프에이 선수 영입 등 목돈이 들어갈 상황이 되면 모그룹의 지원을 더욱 많이 받아야만 한다. 허구연 <문화방송> 해설위원은 “9, 10구단이 생기면서 일시적인 수요 공급의 불일치가 생겼다. 선수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자연스레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수준급 선수들은 부족한데 실력 있는 아마추어·프로 선수들이 미국·일본 등으로 진출하면서 선수 수급은 더욱 악화됐다. 한 현역 감독은 “선수 영입은 상대적인 것이다. 지금 당장 보강 가능한 전력이 에프에이밖에 없으니 경쟁이 붙는 것”이라고 했다.

거품 몸값은 구단 사정과도 맞닿아 있다. 작년 롯데가 강민호에게 75억원이라는 거액을 쥐여준 이유는 과거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을 차례대로 놓치면서 강민호만은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강민호마저 계약에 실패할 경우 롯데는 엄청난 여론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었다. 롯데가 장원준에게 88억원을 제시한 것도 롯데 구단 안팎의 여론이 안 좋기 때문이었다. 86억원의 잭팟을 터뜨린 최정도 마찬가지다. 에스케이 또한 최정 이전에 이진영, 정대현, 이호준, 정근우 등을 놓쳤다. 50억원 대박을 터뜨린 박용택 또한 엘지팬들의 거센 요구가 있었다.

외부 에프에이 선수를 잡지 않으면 ‘투자에 인색한 구단’, ‘가난한 구단’이라고 낙인찍히는 것도 시장의 과열을 부추긴다. 과열 경쟁에 뛰어들게끔 여론몰이가 생기고, 모그룹의 ‘자존심’상 구단은 보여주기 식이라도 에프에이 영입이 불가피하다. 3~4년 짧은 임기의 야구단 경영진도 한몫 거든다. 장기적 판단 아래 구단을 운영하기보다는 당장 내년도 성적에 연연하면서 선수 투자가 실패했을 때는 후임 경영진에 책임을 미룬다. “에프에이 몸값 폭등은 구단의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거품 논란이 거세지만 제어장치는 전무하다. 탬퍼링(사전접촉) 금지 조항을 만들었으나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작년 정근우처럼 원 소속팀(SK)의 마지막 제시액(75억원)보다 이적 구단(한화)의 제시액(70억원)이 적은데도 팀을 옮기는 경우 탬퍼링 의혹이 짙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장원준도 마찬가지다. 탬퍼링 금지 조항을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구단들 간 영입경쟁으로 몸값 폭등만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해 구단별 외국인 선수 보유를 4~5명으로 늘리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협회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외부 에프에이 영입으로 보상 선수를 내줄 때 보호 선수를 20명이 아닌 15명으로 줄이자는 의견 등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에프에이제도 첫 도입 때 최고 연봉자는 현대 정명원으로, 99년 당시 1억5400만원을 받고 있었다. 올해 최고 연봉자는 김태균(15억원)이다. 최고 연봉이 10배가량 뛰었는데 에프에이 몸값이라고 안 뛸 수는 없다. 전체 구단 입장수입도 99년 142억원에서 올해 617억원으로 늘어나며 시장 규모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의 금년도 입장수입(48억원)으로는 윤성환에게 계약금(48억원)밖에 지급하지 못한다. 당장 모그룹의 지원이 끊기면 산소호흡기를 달고 연명해야 하는 구단들도 더러 있다. 한두 선수에게 목돈이 쏠리면서 최소 연봉 2400만원(내년은 2700만원)의 2·3군 선수들 처우 개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프에이 선수에 대한 일시적인 투자보다 아마추어 육성 프로그램 등 양질의 선수를 체계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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