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이 고교 시절 가장 잘 던졌다던 슬라이더 그립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양희 기자
프로야구 통합우승 4연패 달성…‘야통’ 류중일 삼성 감독
선수 시절 3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모두 졌다. 하지만 감독이 된 뒤 벌써 4번째 우승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선수 때 한 번도 우승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는 ‘야통’ 류중일(51) 감독을 최근 대구야구장에서 만났다.
-한국시리즈 끝나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오랜 만에 골프도 치고 지인들 만나 술도 한잔했다. 골프는 정말 안 맞아서 세 번 모두 100타를 쳤다. 우승의 기쁜 마음도 정말 한순간인 것 같다. 물론 준우승을 했으면 더 아팠겠지만 ‘이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 이런 대장정을 펼쳤나’ 하는 허탈감도 있다. 우승 다음날부터 ‘또 (내년 시즌) 시작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코치로 3번, 감독으로 4번 우승했으니 복 받은 것 같다.”
-4년 동안 한국시리즈 치르면서 언제가 제일 힘들었나.
“솔직히 3패(1승)까지 몰렸던 작년이 제일 힘들었다. 올해는 5차전이 고비였는데 5차전에 져 7차전까지 갔다면 1, 4차전에서 나왔던 앤디 밴헤켄(넥센 히어로즈)을 다시 만나니까 우리 팀의 장원삼이 있더라도 아마 지지 않았을까도 싶다.”
-마무리였던 오승환(한신 타이거스)의 일본 진출로 전력이 약해진 상태였는데.
“J.D 마틴과 야마이코 나바로가 검증이 안된 상태였는데 잘해줬다. 오승환이 없는 게 가장 큰 위기였는데 임창용이 초반에 잘 버텨줬다. 임창용이 없었다면 안지만, 차우찬 둘 중 한 명이 뒤로 가야 하는데 그러면 중간이 비어서 우승 못했을 것이다. 내년이 더 고민스러울 듯하다. 임창용이 마무리를 하겠지만 혹시 더 구위가 좋은 선수가 있다면 바꿀 수도 있다. 스프링캠프 때 일단 선수 준비는 할 것이다.”
-시즌 초반 하위권에 있는데도 전혀 조급해보이지 않던데.
“평소 말도 빠르고 목소리도 크고 행동까지 빨라서 사람들이 성격마저 급할 거라 생각 하는데 어려운 일이 닥칠수록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느긋해지는 편이다. 선친께서도 화를 낼 때 꼭 3번 생각하고 3번 생각해도 화낼 것 같으면 그때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감독이 바빠지면 코치가 바빠지고, 결국엔 선수까지도 바빠진다. 순간에 휘둘리기 보다는 시즌을 길게 보면서 팀을 운영하려고 한다.”
-안지만, 윤성환, 배영수 등 5명이 자유계약(FA) 신분이 된다. 삼성은 2005년 이후 외부 에프에이 영입이 전혀 없는 팀이었는데.
“일단 본인들 얘기를 들어봐야 하고 구단 조건도 있을 것이다. 네 번 우승하고도 외부 에프에이를 잡으면 욕 먹을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내부 에프에이 계약 진행 상황을 봐야만 할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나이가 많아서 3년 후면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 엔씨, 케이티가 창단되고 우승도 하면서 신인드래프트에서 4년째 13~14번째 순서로 신인들을 뽑아 2군에 선수들이 많지 않다. 지금으로선 외부 에프에이 영입 계획이 없다.”
-평소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수비코치는 투수, 야수, 포수를 다 집합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때부터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알아왔다. 선수들하고 미팅 때는 핵심적인 것만 짚어주면 선수들이 잘 따라와준다. 팀이 정말 어려울 때는 베테랑 선수 몇몇과 소주 몇 잔씩을 기울이기도 한다. 스프링캠프 때 외국인 선수들과 따로 식사자리를 마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그 자리에서 몇 승, 몇 할, 몇 홈런 식으로 꼭 내기를 하는데 못 지키면 서로의 아내에게 가방을 사주기로 한다. 작년에 릭 밴덴헐크가 13승 약속을 못지켜 스프링캠프 때 아내 가방을 사왔더라. 올해는 밴덴헐크와 나바로에게 내가 가방을 사줘야 한다.”
-김인 사장 등 프런트와도 갈등이 없다.
“2011년에 처음 감독이 됐을 때 진짜 불안했다. 전지훈련 때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런데 시범경기 직전에 김인 사장이 한 신문기사를 오려서 줬다. 성악가 김우경 인터뷰 기사였는데 제목이 ‘어느날 완벽주의를 버렸다. 비로소 노래가 즐거워졌다’였다. 그러면서 ‘그냥 있는대로 하소’라고 하더라. 성경 구절에 좋은 문구가 있으면 문자로 보내주기도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 땄을 때도 맨 처음 더그아웃으로 달려와 함께 포옹하고 그랬다.”
우승의 기쁨은 한순간…허탈해
다음날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
내년 10구단…연승·연패 늘 것
김성근 감독의 한화 가장 부담 형님·엄마리더십…소통의 방법
선수로는 70점·감독으론 99점
점수 너무 후하게 준 건가요? -지난해 말 재계약(3년 계약금 6억원·연봉 5억원)에 성공한 뒤 2억원을 기부했는데. “아버지 때문에 야구를 하게 됐는데 프로 입단 뒤 항상 그런 말씀을 하셨다. ‘너는 학교 때 등록금도 안 내고 공부했다. 받기만 했던 사람은 정작 줄 줄은 모르게 된다. 네가 야구를 잘해서 혹시나 큰 돈을 만질 기회가 있으면 주변을 살펴보고 꼭 나눠라’라고. 아내와 상의도 않고 기부를 결정했는데 나중에 말하니까 ‘잘했다’고 하더라.” -내년에는 10구단 체제가 된다. “2015년에는 판도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3~4일 휴식일이 없어져서 연승, 연패 팀이 많아질 듯하다. 감독자 회의에서 엔트리를 28명(26명 출전)으로 늘리는 것을 제안중인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가장 부담되는 팀은 한화다. 김성근 감독은 템포가 빠른 야구를 한다. 데이터에 따라서 투수 교체나 대타 투입이 많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조심해야할 것 같다.” -‘형님 리더십’, ‘엄마 리더십’ 등의 말이 나오는데 ‘류중일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라고 하는데 믿는다고 다 되겠는가. 한 팀에서만 28년 동안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코치들, 선수들 개개인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크게 보면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작게 보면 ‘형님 리더십’, ‘엄마 리더십’이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선수, 코치, 감독 시절을 점수로 매긴다면. “선수는 부상 때문에 70점, 코치는 우승을 3번 했으니까 80점. 감독은…현재로서는 99점? 너무 후하게 준 건가? 그래도 감독 된 뒤 계속 우승했으니까. 다 채워버리면 안되니까 다른 목표를 위해 1점은 남겨두겠다.” 대구/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4년간 그가 써온 대구구장 감독 방에 재계약 계약금 6억원 중 2억원을 기부하고 받은 감사패. 사진 김양희 기자
감독 부임 당시 김인 사장이 ‘부담 갖지 말고 즐기면서 야구하라’면서 손수 오려서 준 신문 기사. 사진 김양희 기자
다음날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
내년 10구단…연승·연패 늘 것
김성근 감독의 한화 가장 부담 형님·엄마리더십…소통의 방법
선수로는 70점·감독으론 99점
점수 너무 후하게 준 건가요? -지난해 말 재계약(3년 계약금 6억원·연봉 5억원)에 성공한 뒤 2억원을 기부했는데. “아버지 때문에 야구를 하게 됐는데 프로 입단 뒤 항상 그런 말씀을 하셨다. ‘너는 학교 때 등록금도 안 내고 공부했다. 받기만 했던 사람은 정작 줄 줄은 모르게 된다. 네가 야구를 잘해서 혹시나 큰 돈을 만질 기회가 있으면 주변을 살펴보고 꼭 나눠라’라고. 아내와 상의도 않고 기부를 결정했는데 나중에 말하니까 ‘잘했다’고 하더라.” -내년에는 10구단 체제가 된다. “2015년에는 판도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3~4일 휴식일이 없어져서 연승, 연패 팀이 많아질 듯하다. 감독자 회의에서 엔트리를 28명(26명 출전)으로 늘리는 것을 제안중인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가장 부담되는 팀은 한화다. 김성근 감독은 템포가 빠른 야구를 한다. 데이터에 따라서 투수 교체나 대타 투입이 많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조심해야할 것 같다.” -‘형님 리더십’, ‘엄마 리더십’ 등의 말이 나오는데 ‘류중일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라고 하는데 믿는다고 다 되겠는가. 한 팀에서만 28년 동안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코치들, 선수들 개개인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크게 보면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작게 보면 ‘형님 리더십’, ‘엄마 리더십’이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선수, 코치, 감독 시절을 점수로 매긴다면. “선수는 부상 때문에 70점, 코치는 우승을 3번 했으니까 80점. 감독은…현재로서는 99점? 너무 후하게 준 건가? 그래도 감독 된 뒤 계속 우승했으니까. 다 채워버리면 안되니까 다른 목표를 위해 1점은 남겨두겠다.” 대구/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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