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2014 프로야구 MVP 수상
2011년 넥센 신고선수로 입단
이듬해 신인왕, 서건창 시대 열어
항상 흙 묻은 유니폼 ‘성실함의 힘’
올 시즌 사상 첫 200안타 벽 깨
서 “홀로 키워준 어머니께 효도”
2011년 넥센 신고선수로 입단
이듬해 신인왕, 서건창 시대 열어
항상 흙 묻은 유니폼 ‘성실함의 힘’
올 시즌 사상 첫 200안타 벽 깨
서 “홀로 키워준 어머니께 효도”
111번. 신고선수였던 그가 맨 처음 넥센 히어로즈에서 달았던 번호다. 히어로즈 관계자가 다른 선수와 착각해서 다른 이름으로 계속 부를 정도로 그는 특징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18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TheK)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은 제일 늦게, 제일 큰 목소리로 호명됐다. “최우수선수(MVP) 서건창!”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그의 프로야구 인생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오른 순간이었다. 서건창(25)은 “항상 높은 곳을 보면서 꿈을 꿔왔는데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지 몰랐다. 어려운 시기에도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견뎌내면서 달려온 것이 영광스러운 자리까지 이어졌다”며 감격해했다.
그의 야구 인생은 가시밭길이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선수로 엘지 유니폼을 입었지만 1년 만에 방출됐다. 1군 타석에 선 것은 단 한차례(삼진)뿐이었다. 군 복무를 위해 경찰야구단에 지원했지만 방출된 신고선수에게 허락된 자리는 없었다. 현역 입대를 결심했고 전역 후인 2011년 9월 히어로즈 신고선수 공개테스트에 지원을 했다. 박흥식 당시 히어로즈 타격 코치는 “유일하게 눈빛이 살아있는 지원자”라며 그를 발탁했다. 서건창은 그해 히어로즈가 뽑은 유일한 신고선수였다.
서건창을 우뚝 서게 한 것은 성실함이었다. 신고선수 때부터 그를 봐온 심재학 히어로즈 코치는 “서건창은 굴곡진 야구 인생을 살아봐서 배고픈 게 뭔지 안다. 훈련 태도나 생활방식에서 구단, 감독, 코치 모두가 선호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수”라고 했다.
정말 서고팠던 1군 무대에서 그는 간절한 야구를 했다. 유니폼은 항상 흙으로 더러워졌다. 스파이크도, 유니폼도 남들보다 빨리 헐었다. 왜소한 몸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려온 그였다. 2012년 신인왕에 오른 것은 ‘서건창 시대’를 여는 전조일 뿐이었다.
지난해 부상 등으로 2년차 징크스를 겪었지만 올해 절치부심하며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00안타의 벽을 허물었다. 히어로즈 2루수로 시즌 전경기(128경기)에 출전하며 201안타를 때려내 ‘야구 천재’ 이종범의 기록(1994년 196개)을 깼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을 넘어서며 최다 득점(135개) 신기록도 세웠고, 최다 멀티안타(66개), 최다 3루타(17개) 기록도 경신했다. 더불어 타격왕(0.370)에 오르며 3관왕을 차지했고, 도루 부문에서도 당당히 3위(48개)에 이름을 올렸다. 서건창은 총 유효표 99표 중 77표를 얻어 팀 동료인 박병호(13표), 강정호(7표)에 크게 앞섰다. 신고선수 출신이 최우수선수로 뽑힌 것은 장종훈(1991·1992년), 박경완(2000년)에 이어 서건창이 3번째다. 2루수로는 최초의 수상이다.
수상 직전 꽃다발을 들고 자신의 독특한 타격폼을 선보인 서건창은 “낮은 위치에 있었지만 항상 높은 곳을 생각하면서 좋은 생각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홀로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야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서 야구를 했다. 어머니께 효도하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서건창은 지금껏 차 없이 ‘뚜벅이’ 삶을 살아왔다. 연봉 9300만원을 받지만 ‘아직은 차를 살 때가 아니다’라는 이유에서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서건창이 부상으로 받은 것이 기아자동차 K7(3600만원 상당)이었다.
엔씨 박민우, 신인왕에 올라
신인왕은 엔씨(NC) 박민우(21·사진)에게 돌아갔다. 총 71표를 받아 조상우(넥센·15표), 박해민(삼성·13표)을 큰 표 차이로 눌렀다. 박민우는 “배울 게 많다는 것을 느낀 한 해였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도 큰 목소리로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내년 시즌에는 야구장 찾는 게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성적은 타율 0.298(416타수 124안타), 1홈런 40타점 50도루(2위)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뉴시스
2014 프로야구 신인왕을 수상한 NC의 박민우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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