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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졌지만 ‘영웅’다웠다

등록 2014-11-11 22:31

넥센, 첫 한국시리즈 강한 인상
‘염갈량’ 염경엽 감독 “또 배웠다”
‘영웅들’(히어로즈)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히어로즈는 2008년 현대 유니콘스 인수 뒤 재창단의 과정을 거치면서 부침을 겪었다. 다른 구단들처럼 든든한 자금력을 갖춘 모그룹이 없는 상황에서 창단 초기 우리담배와 3년 300억원에 계약했지만 후원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휘청거렸다. 창단 납입금을 내지 못해 절절매던 상황에서 장원삼 트레이드 파동까지 겹쳤다. 삼성과 30억원 현금 트레이드를 시도하려다 총재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불발됐다. 납입금을 겨우 채우고 난 뒤 2009년 말에는 장원삼(삼성), 이택근(LG), 이현승(두산)을 현금 트레이드하면서 ‘선수 팔아 연명하는 구단’으로 낙인찍혔다. 성적도 7위(2008년)→6위(2009년)→7위(2010년)→8위(2011년)→6위(2012년)로 신통치 않았다.

비난의 시선 속에서도 히어로즈는 꿋꿋하게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재정 기반을 확충했다. 목동구장에 걸린 크고 작은 광고물 100여개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트레이드했던 이택근을 2011년 말 4년 50억원의 에프에이(FA) 계약으로 재영입하고 활발한 트레이드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끌어모으며 팀 전력도 강화했다.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전 LG)를 비롯해 이성열, 윤석민(이상 전 두산), 김민성(전 롯데) 등이 트레이드로 영웅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다. 프로야구 사상 첫 200안타를 돌파한 서건창은 엘지에서 방출된 설움을 딛고 히어로즈에서 신고선수 신화를 썼다. 헨리 소사는 기아에서 용도폐기됐던 선수였으나 히어로즈에서 10승(2패)을 올렸다. 트레이드·방출·재계약불가 선수들이 히어로즈에서 반전 인생을 만들면서 올해 정규리그 2위로 우뚝 섰다.

염경엽 감독 또한 히어로즈와 함께 역전의 인생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현역 시절 10시즌 동안 통산 타율 0.195에 그쳤던 그는 김시진 전임 감독이 다져놓은 토양을 옥토로 만들면서 감독 부임 첫해 히어로즈를 창단 첫 가을야구(4위)로 이끌었고 올해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려놨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투구 전략, 불펜 운용, 용병술 등을 늘 연구하면서 ‘염갈량’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큰 경기 경험 차이로 삼성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으나, 염 감독은 “또 배웠다”는 말로 내년 시즌 더 강해질 ‘영웅들’을 기약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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