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숙소 CCTV 감시하는 등
구단과 선수들간 불신이 원인
수뇌부 공백사태…감독만 수혈
“모그룹 출신 사장, 운영미숙 탓”
구단과 선수들간 불신이 원인
수뇌부 공백사태…감독만 수혈
“모그룹 출신 사장, 운영미숙 탓”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 수뇌부가 전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쪽은 6일 “최하진 사장과 배재후 단장이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시진 감독은 잔여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자진 사퇴했고, 차기 사령탑으로 물망에 올랐던 공필성 코치를 비롯해 권두조 전 수석코치도 롯데 유니폼을 벗었다. 선수들로부터 ‘이간질 대상자’로 지목받은 이아무개 운영부장 또한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폐회로텔레비전(CCTV) 감시 등으로 구단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냈던 롯데는 구단 프런트와 현장 수뇌부가 다 함께 바뀌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그러나 롯데 구단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지 않으면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할 것이라는 게 야구단 안팎의 시선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구단과 선수 간의 불신이다. 성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일부 선수들의 숙소 밖 행동이 팬들의 입길에 오르자 롯데 구단은 선수단 안전 관리를 이유로 원정 숙소 시시티브이 감시라는 반인권적 방식을 선택했다. 최 사장은 “(실무자를 통해) 선수단에 시시티브이 감시 사실을 알렸다”고 항변했으나, 정작 김시진 전 감독이나 선수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감독은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5월에 권두조 수석코치가 갑자기 사임한다고 해서 알아보니 시시티브이 얘기가 나왔다. 그 이전에는 시시티브이에 대해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구단들도 연패에 빠지거나 하면 원정경기 때 선수단 외출 금지 등을 지시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활발해진 상황에서 자칫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시티브이 감시는 하지 않는다. 불시에 방으로 전화를 거는 정도에서 그친다. 한 야구단 관계자는 “롯데가 원정 이동일 다음날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극단적 방법을 택한 것 같다. 도가 지나쳤다”고 했다. 롯데 프런트는 이밖에도 코치들에게 훈련이나 경기분석 일지 작성을 일일이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기용 문제까지 간섭했다는 말마저 흘러나온다.
한 야구단 사장은 야구단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외부 출신 사장의 미숙한 구단 운영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모그룹에서 일하다가 야구단으로 오면 조직도 허술해 보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시간을 갖고 심도 있게 파고들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는데 최 사장은 너무 성급하게 접근하면서 구단 내부에서 오래 일해온 단장과 운영부장, 그리고 현장과 마찰이 심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 롯데그룹 감사실장 출신의 최하진 사장은 롯데기공 대표이사를 거친 뒤 2013년 1월 롯데 야구단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수도권의 모 구단도 롯데처럼 모그룹에서 내려온 대표이사의 월권행위로 내부 잡음이 일었지만 대화로 잘 해결되면서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현장 감독 출신의 한 야구 원로는 “야구단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신뢰인데 그게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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