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이승엽이 치면 이기고, 못 치면 진다”고 했다. 이승엽은 1차전(4일)에서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다. 류 감독은 또 “오늘은 5~6점을 내면 이길 것 같다”고도 했다. 2차전 삼성의 5번째 점수를 올린 선수는 바로 이승엽이었다.

삼성은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이승엽, 야마이코 나바로의 투런포와 선발 윤성환의 호투를 앞세워 넥센 히어로즈를 7-1로 제압하며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대구 2연전에서 1승1패씩 나눠 가진 양 팀은 7일 장소를 서울 목동구장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3차전은 장원삼(삼성)과 오재영(넥센), 토종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

기선 제압은 넥센 선발 헨리 소사의 ‘절친’이자 ‘천적’인 나바로(27)가 했다. 나바로와 소사는 같은 도미니카 출신으로 1차전 직전에는 소사가 야구장 화장실에서 나바로의 머리를 깎아줄 정도로 아주 친하다. 정규리그 때 소사를 상대로 10타수 5안타로 강했던 나바로는, 1회 2루타, 2회 좌중월 투런포로 소사를 녹다운시켰다. 1차전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 나바로는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라이언킹’ 이승엽(38)이 만들었다. 이승엽은 3회말 2사2루에서 낮게 날아온 소사의 초구 147㎞ 속구를 걷어올려 중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홈런 단독 1위(14개)로 우뚝 올라서는 ‘한 방’이었다. 2012년 에스케이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2년 만에 터진 이승엽의 홈런으로 점수는 순식간에 5-0으로 벌어졌다. 홈런을 빼고는 남은 타석에서 침묵(5타수 1안타)한 이승엽은 “나머지 타석에서 어이없게 삼진 등을 당해서 전혀 기분은 좋지 않다. 첫 타석에서 속구에 삼진을 당해 초구 속구면 (방망이를) 돌려야지 했다”고 밝혔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윤성환(33)이 명품 커브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7이닝을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정규리그 때 6타수 5안타 2홈런으로 밀렸던 ‘천적’ 박병호에게 4회 솔로포를 내준 게 유일한 옥의 티였다. 투구수는 100개(스트라이크 66개). 류중일 감독은 “볼끝이 좋았고 변화구도 완급 조절을 잘했다”며 2차전 최우수선수(MVP) 윤성환을 칭찬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이 제구력이 되면서 낙차 큰 커브가 있는 선수에게 약점이 있는데 윤성환 볼이 좋아서 공략에 실패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넥센은 2차전에 이어 5차전을 책임져줘야 할 2선발 소사가 2⅔이닝 6피안타(2피홈런)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면서 힘든 경기를 이어갔다. 불펜들의 호투 속에 5회초 무사 2루, 6회초 1사 2루 등에서 추격점을 뽑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나마 박병호가 이번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며 목동구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 류중일 삼성 감독

선발 윤성환이 최고의 투구를 했다. 어느 때보다 볼 끝이 좋았고, 완급조절 잘했다. 안지만은 나갈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단기전에서는 잡을 경기는 다 잡아야 하니까 투입했다. 결국 차우찬, 안지만, 임창용 싸움이 아니겠는가. 타선에는 나바로와 이승엽의 홈런 두 방이 결정적이었다. 오늘 5점 이상 내야 이긴다고 했는데 야구라는 게 역시 중심 타선에서 타점이 생산돼야 쉽게 이기는 거다. 타선이 점점 살아나는 것 같다. 소사의 빠른 공에 대응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피칭머신으로 시속 150㎞ 공을 보게 했는데 사람이 던지는 것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지난해는 2차전까지 타자들이 못 쳤는데 올해는 경기 감각이 올라오는 게 빠르다.

■ 염경엽 넥센 감독

윤성환이 바깥쪽 제구가 잘되면서 박병호 솔로홈런을 제외한 제대로 된 공격을 못했다. 우리 팀이 강속구 투수에게는 강했지만 제구력이 되는 변화구 투수에게 약점이 있었다. 경기 전에는 바깥쪽 공을 공략하자고 분석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안됐다. 앞으로 다른 방법으로 좀더 치밀하게 준비를 할 생각이다. 소사는 오늘 너무 잘하려는 욕심 때문에 힘이 들어갔다. 나바로를 어렵게 승부하라고 지시했지만 소사의 승부욕이 강해서 홈런을 맞았다. 소사가 앞으로도 큰 역할 해줘야 하고 다음 경기에서는 분명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김대우, 문성현이 호투해서 활용 폭이 커진 것은 수확이다. 어차피 1승1패이기 때문에 다음이 1차전이라는 생각으로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 하겠다.

대구/김양희 허승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