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72) 감독이 28일 드디어 한화 이글스의 지휘봉을 공식적으로 잡았습니다. 3년 연속 프로야구 최하위팀 감독을 맡게 된 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살벌한’ 앞날을 예고 했습니다. 야구의 기본인 수비력을 갖춘 팀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1루수 김태균의 3루수 전향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김태균을 비롯한 선수들에겐 험난한 앞날을 예고한 셈입니다. 카리스마로 뭉친 백전노장 감독의 각오를 듣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김성근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합니다.
- 취임 소감은?
“과거 감독한 것보다 얼떨떨하고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하루하루가 긴장감 속으로 돌입하니 ‘이제 살고 있구나’ 싶은 느낌도 있다.”
- 앞으로 한화가 나아질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이 이상 내려갈 곳이 없지 않은가. 올라갈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 오프 시즌 전력 보강을 바라는 지점이 있나?
“욕심 같아서는 자유계약선수 다 데려왔으면 좋겠다. 밖에서는 젊은 선수가 많다고 하는데 들와와서 보니 나이든 선수가 많더라. 김태균도 서른두살인데 이십대로 돌려놔줘야 할 것 같다.”
- 바로 마무리 훈련에 돌입하는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조금 전에 선수들에게 왜 머리를 깎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했다. 내일이면 이발하고 나올 것이다. 수비는 이틀에 한번 ‘필딩 데이’를 잡고 집중적으로 할 것이다. 5일 중 이틀은 수비만 할 것이다. 김태균은 당분간 3루에서 반 죽을 것이다.”
- 한화의 과거 팀 색채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었다.
“다이너마이트는 불발할 때가 잦다. 과거 한화는 마음이 좋은지 점수를 자꾸 주더라. 이걸 안 주는 야구를 해야한다.”
- 전임자 김응용 감독과 비교될 수도 있겠다.
“대전에 내려오면서 ‘나와 김응용 감독 나이를 더하면 몇살인가’ 싶었다. 김 감독이 어느 정도 팀을 정비해놨다. 한화라는 팀은 김영덕, 김인식, 김응용 그리고 나까지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이들이 맡는 구단인 것 같다.”
- 우리 프로야구 전체 수준을 평가하자면?
“우리 야구는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많이 변화했다고 본다.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가면서 자기 한계에 도전하는 의식이 많이 부족해졌다. 많은 팬이 생기자 안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악착같이 순간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절실함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야신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야구의 신이란 것은 없다. 나는 잠자리 눈깔(한번에 다양한 부분을 본다는 뜻)이라는 별명이 더 좋다.”
“감독하면서 부담스럽다는 것을 처음 느껴본다. 결과를 의식하며 야구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결과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아서 어떡하나 싶다. 다른 팀 감독 할 때보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다.”
박현철 기자, 대전/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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