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롯데 감독
김시진 롯데 감독은 연신 “팬들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2012년 11월 롯데와 3년 계약을 하고 아직 잔여 임기가 1년 남았지만 그는 시즌 최종전(사직 LG전)이 열린 17일 구단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이날 오후 <한겨레>와 통화에서 “롯데를 2년간 맡으면서 성적을 못 냈다. 현장 사령탑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과연 성적 부진만으로 김 감독이 사표를 썼을까.
넥센 히어로즈를 이끌다가 2012시즌 말 중도 경질됐던 김시진 감독은 그해 11월 롯데 15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현대 투수코치 때부터 투수 조련에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고 부침을 겪던 히어로즈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데 따른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 팀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홍성흔, 김주찬(2012년 말)이 자유계약선수(FA)로 타 팀으로 이적하며 타선이 약해졌다. 지난해 말 FA로 최준석을 영입했으나 포지션 중복만 가중됐다. 마운드 또한 2011년 말 영입한 정대현이 계속 부진하면서 고질적인 뒷문 불안에 시달렸다.
올해는 장원준이 군에서 복귀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선발진을 갖췄으나 공격력이 발목을 잡았다. 최종전 직전까지 롯데의 팀 평균자책은 전체 4위(5.20)였으나 팀타율(0.286)은 6위에 그쳤다. 팀 득점권 타율(0.280)도 저조(공동 6위)했다. 75억원을 주고 눌러앉힌 포수 강민호가 긴 슬럼프에 빠졌고,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는 부상을 핑계로 시즌 중반부터 태업에 가까운 행위를 보였다.
경기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구단 내 잡음이 흘러나오면서 팀은 더 뒤숭숭했다. 프런트 쪽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권두조 수석코치가 선수단과의 갈등 속에 수석코치직에서 물러났고, 9월초에는 김 감독의 최측근인 정민태 투수 코치를 1군 코치에서 배제하는 가운데서 김 감독과 구단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출신 모 코치의 감독대행설까지 흘러나왔다. 프런트와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며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진 사퇴밖에 답이 없었다. 롯데 사정을 잘 아는 한 코치는 “김시진 감독이 손발이 묶여 자신의 야구를 전혀 못했다. 롯데 안 사정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시즌 최종전이 롯데와의 고별전이 된 김시진 감독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쉬면서 찬찬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롯데는 곧바로 후임 사령탑 인선에 들어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