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꺾고 SK와 2경기차
롯데 ‘가을야구’ 또 좌절
롯데 ‘가을야구’ 또 좌절
“길은 멀지만 하나하나 계단을 올라가는 기분으로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겠다.”
양상문 감독이 5월13일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 신임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했던 말이다. 당시 5할 승률을 목표로 “홈런이나 적시타를 쳐도 더그아웃 밖으로 절대 선수 마중을 가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당시 엘지 승률은 0.303(10승23패1무)였다. 양 감독 부임 뒤 엘지는 뚜벅뚜벅 5할 승률을 향해 나아갔고, 한글날(9일) 기어이 5할 고지(61승61패2무)를 밟았다. 엘지의 승률 5할은 4월9일(3승1무3패) 이후 정확히 6개월 만이다. 김기태 감독의 급작스런 시즌 조기 사퇴로 격랑에 휩싸였던 ‘꼴찌’ 엘지는 끈질긴 승부로 기적을 일궈내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5할 승률 달성도 드라마 같았다. 7회까지 2-6으로 뒤지다가 8회말 2사 뒤 밀어내기 볼넷 등을 묶어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9회초 1사 1·2루의 실점 위기를 넘긴 뒤 연장에 돌입했고, 10회말 1사 3루에서 이진영이 좌익수 희생뜬공으로 3루 주자 박용택을 불러들이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4연승 중 끝내기만 3번째다. 2만4720명의 안방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률 5할에 방점을 찍으며 잠실 홈경기의 화려한 피날레도 장식했다. 엘지는 시즌 종료까지 4경기(잠실 두산전 방문경기 포함)를 남겨두고 있으나 모두 방문경기로 치른다.
이날 승리로 엘지는 5위 에스케이(SK)와의 승차를 2경기 차로 늘렸다. 에스케이가 5경기를 남겨놓고 있으나 맞대결이 없는 상황에서 2경기 차를 뒤집기는 어려운 수치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뒤 “한 걸음, 한 걸음 오다 보니 (승률) 5할까지 오는 좋은 날이 왔다. 감독은 선수들이 가는 길에 방향만 이끌었을 뿐인데 선수들이 스스로 잘해줬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고맙다”고 했다.
엘지의 극적인 승리로 7위 롯데의 가을야구는 수치상으로도 완전히 좌절됐다. 롯데가 남은 경기에서 전승하고 엘지가 전패를 해도 순위는 뒤집히지 않는다. 불의의 역전패를 당한 기아는 5연패에 빠지며 한화에 1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두 팀 모두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꼴찌 전쟁은 불이 붙은 셈이다. 1위 삼성은 홈런 5방을 앞세운 엔씨(NC)에 덜미가 잡히면서 4연패에 빠졌다. 정규리그 4연패를 향한 매직 넘버는 여전히 ‘3’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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