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의 날마다 아침이나 저녁에 집 근처 절에 갑니다.” 프로야구 엘지(LG)의 양상문 감독은 9일 잠실 기아(KIA)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절을 찾는다”고 밝혔다. 4위 싸움이 진행 중인 엘지를 이끌고 있는 양 감독은 종교가 불교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도 절을 찾는다고 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120경기 이상을 치르며 시즌 막바지에 이른 프로야구 감독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까? 정규시즌 1위가 유력한 삼성의 류중일 감독과 3위 엔씨(NC)의 김경문 감독은 술을 마신다. 음주 성향은 다르다. 류 감독은 ‘폭탄주 스타일’이다. 그는 “스트레스 받을 땐 소맥(소주+맥주)을 5잔 정도 말아먹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한잔 스타일’이다. 경기를 마친 뒤 방에 편안하게 앉아 텔레비전을 켜고 한·미·일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보며 맥주 한잔을 마신다. 반면 엘지의 양 감독은 술을 마시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2위 넥센의 염경엽 감독은 담배 사랑으로 유명하다. “화가 났을 때 담배를 피워야 풀린다”는 그는 안방경기 땐 하루에 1갑 반, 원정을 가면 2갑 정도를 피운다. 종류는 박하향이 나는 ‘멘솔’인데 이유는 “빨리 피우기 위해서”다. 염 감독은 “선수들은 안 피우는 게 좋지만 야구는 지구력보다 집중력과 근력을 요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흡연을 하면 뼈가 녹는다고 했다. 많은 동료들이 흡연을 할 때도 난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 안 피웠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등산이다. 올해 73살인 김 감독은 산에 가더라도 정상까지 오르진 않는다. 그는 “대전 계족산의 둘레길을 다 합치면 수백킬로미터다. 산 가장자리만 슬슬 걸어다닌다”고 했다. 두산의 송일수 감독은 숙면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이겼을 땐 흥분돼서 잠이 잘 오지 않지만 졌을 땐 조용히 반성하면서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