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11일 경기도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팀 해체 결정을 선수들에게 알린 뒤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허민 구단주, 창단 3년만에 결정
KBO서 외면…경기 잡기도 힘들어
이날도 선수·코치 모두 나와 훈련
월급 100만원…23명 프로 밟아
김성근 감독 “야구계에 큰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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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선수·코치 모두 나와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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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야구계에 큰 손실”
한낮의 햇살은 따가웠다. 기온도 30도 가까이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 국가대표야구장에선 선수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울려퍼졌다. 트레이닝 코치의 지시에 따라 몸을 풀고, 힘껏 달리기를 하고…. 이들은 몇 시간 전 직업을 잃었다. “멘붕(멘탈붕괴) 상태”(박철우 수비코치)였지만 차마 훈련은 멈출 수 없었다. 훈련만이 그들의 열정을 인정받기 위한 유일한 길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한국 최초이자 단 하나뿐인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11일 전격 해체를 발표했다. 2011년 12월 출범한 지 3년여 만이다. 하송 원더스 단장은 “허민 구단주(위메이크프라이스 대표이사)가 3년 전 원더스를 창단한 것은 순수한 기부활동 차원에서였다. 하지만 야구계 제도권 밖에 계속 머물면서 미래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원더스 구단은 그동안 퓨처스(2군)리그에 편입돼 구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원했으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기존 프로구단들은 고양 원더스가 독립야구단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해마다 일정 경기 수를 확보하기 위해 야구위와 씨름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하 단장은 “야구계를 위한 일을 한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떼쓰는 것처럼 보여 정신적으로 많이 괴로웠다. 순수한 기부인데도 계속 부정적인 논란이 있다면 아마 기부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원더스 구단이 3년 동안 선수들에게 투자한 돈은 120억원(연간 40억원). 하지만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원더스 구단을 인수할 독지가나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 원더스는 2011년 9월15일 야구위, 고양시와 함께 야구회관에서 창단을 선언하고, 같은 해 12월12일 본격 출범했다. 2012년부터 퓨처스(2군) 팀과 교류 경기를 치르면서 2012년 48경기 20승7무21패(0.488), 2013년 48경기 27승6무15패(0.643), 2014년 90경기 43승12무25패(0.632)의 성적을 올렸다. 2012년 5명, 2013년 12명, 2014년 5명 등 22명의 선수들을 야구위 소속 프로구단으로 이적시켜 야구단에서 방출되거나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이 계속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정규식이 독립구단 출신 최초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기도 했다. 월봉은 100만원이었으나 프로 입단이 성사되면 격려금 1000만원을 별도로 지급했다. 월급을 100만원으로 묶은 것은 선수들이 나태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창단 때부터 사령탑을 맡았던 ‘야신’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끝까지 원더스 해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시즌 최종전인 8월27일 허민 구단주와의 면담에서 “팀을 유지한다면 고양 원더스에 남겠다”는 의사까지 전달했다. 당시 야구계 안팎에서는 김 감독의 프로 사령탑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였다. 김 감독은 “원더스 선수들 전원이 프로에 진출해서 팀이 없어졌으면 했는데 정말 안타깝다. 원더스의 해체는 야구계의 큰 손실”이라며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줄 수 없는 상황이 슬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추후 행보에 대해서는 “나도 다시 스타트 지점에 섰다. 만년 (프로구단) 감독 후보로 불리는데 매번 이름을 올려주는 것도 영광”이라고 했다. 올 시즌 뒤 감독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팀은 에스케이(SK)·기아(KIA)·한화다. 팀 해체가 발표된 직후 정근우(한화) 등 옛 제자들이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했다.
원더스 선수들은 시즌 최종전이 끝나고 2주간 쉰 뒤 이날 다시 야구장에 모였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전해들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군입대 선수 등을 제외하고 25명 선수가 오후 훈련을 계속 이어갔다. 8명(일본인 코치 3명 포함)의 코치진도 여느 때처럼 스케줄을 짜고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다. 원더스 구단은 11월까지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훈련 장소와 훈련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선수단 미팅에서 눈시울을 붉혔던 김 감독은 오후에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하는 것으로 조용히 원더스와 작별을 고했다.
고양/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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