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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대만전 승리위해…‘장인상’ 이효근 감독, 타이 현지서 제사

등록 2014-09-02 14:15수정 2014-09-02 21:05

이효근(왼쪽) 청소년야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1일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타이 빠툼타니 숙소에서 이날 세상을 떠난 장인의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 있다. 오른쪽은 제사를 준비한 윤정현 대한야구
협회 전무이사. 김경환 청소년야구대표팀 코치 제공
이효근(왼쪽) 청소년야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1일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타이 빠툼타니 숙소에서 이날 세상을 떠난 장인의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 있다. 오른쪽은 제사를 준비한 윤정현 대한야구 협회 전무이사. 김경환 청소년야구대표팀 코치 제공
아시아청소년야구 1차전
직접 지휘 9-1 대승 이끌어
“현지서 제사 지내기는 처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만과의 1차전을 앞둔 지난달 31일 밤 10시(현지시각) 타이(태국) 퀸 시리낏 스포츠센터 숙소의 이효근(46) 감독 방에 윤정현 야구협회 전무이사와 대표팀 코치진, 전력분석위원 등이 모였다. 이날 아침 세상을 떠난 이 감독의 장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은 다음날 오전 9시에 열리는 시합 때문에 일찍 잠자리를 청했다.

이 감독의 장인상 소식을 들은 협회는 고민에 빠졌다. 이 감독이 한국에 돌아가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한국에 다녀온다면 총 6일간 치러지는 대회에서 최소 이틀은 자리를 비워야 했다. 1차전 대만과의 경기가 문제였다. 강력한 라이벌전을 대장 없이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불안했다. 이 감독은 선수단에 머물기로 결단을 내렸다. 대신 윤정현 야구협회 전무이사가 현지에서 대한야구협회 스태프들과 함께 제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타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기간 중 이효근 감독이 장인상을 당하자 이 감독을 비롯한 임원들이 현지 숙소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타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기간 중 이효근 감독이 장인상을 당하자 이 감독을 비롯한 임원들이 현지 숙소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들은 현지 교민의 도움을 받아 제사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장만했다. 술은 한국에서 가져온 팩소주로 대신했다. 현지 대형마트엔 향이 없었다. 이 감독은 “장인께서 애연가셨다”며 담배로 대신했다. 그는 담배가 조금씩 타들어가는 순간 장인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지방은 제사를 준비한 윤 전무가 손글씨로 직접 썼다. 그는 “수많은 대회에 참가해 봤지만 제사를 지낸 것은 처음이다. 운동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대회 도중에 상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 현지에서 예를 갖추게 도와주는 것도 체육단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장인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한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던 이 감독은 이튿날 대만과의 경기를 지휘해 9-1 대승을 이끌었다.

빠툼타니(타이)/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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