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이 안방구장으로 쓰는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 감독실에서 경기 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프로야구 막내구단 KT 조범현 감독
투수엔 유리한 볼카운트·타이밍
타자엔 과감한 스윙·도루 주문
실력 많이 좋아져 북부리그 3위
박세웅·김사연 등 성장에 흐뭇
“플레이 하나하나에 절실함 주문”
투수엔 유리한 볼카운트·타이밍
타자엔 과감한 스윙·도루 주문
실력 많이 좋아져 북부리그 3위
박세웅·김사연 등 성장에 흐뭇
“플레이 하나하나에 절실함 주문”
김진훈 케이티(kt) 위즈(마법사) 단장은 요즘 선수들 칭찬에 침이 마른다. “시즌 초에 비해 실력이 많이 나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에는 핸드볼 스코어로 질 때도 많았는데 요즘은 박빙의 경기를 이어간단다. 막내 구단 케이티의 변화에는 조범현(54) 감독의 섬세하고도 치밀한 지도가 있다. 에스케이(2003~2006년)·기아(2008~2011년) 사령탑 때도 그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탁월한 리빌딩 솜씨를 발휘했었다. 1군 진입 직전의 시험 무대인 퓨처스(2군)리그가 막바지에 이르는 시점에서, 프로야구 10번째 심장을 강하게 조련시켜 온 그의 심정은 어떨까. 지난 22일 수원야구장 리모델링 공사로 임시 안방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조범현 감독을 만났다.
팀 성적은 나쁘지 않다. 26일 현재 40승35패9무로 북부리그 3위다. 9구단 엔씨(NC)의 2012년 퓨처스리그 성적(56승5무33패)과 종종 비교되지만 올해 같은 리그의 경찰청과 엘지 2군 실력이 만만찮다. 조 감독은 “지난해 처음 훈련캠프를 차렸을 때는 ‘퓨처스리그에서라도 견뎌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리그 막바지에 이르러 힘이 좀 생겨간다는 느낌이 든다. 성적에 대한 결과가 조금 아쉽지만 큰 부상 선수도 없고, 경험적인 면에서는 잘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2군 북부리그 다승왕(9승) 박세웅(19), 0.368의 고타율로 ‘20(홈런)-20(도루) 클럽’까지 가입한 김사연(26)의 성장은 흐뭇하다.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심재민(20)은 팔꿈치 수술 뒤 재활을 끝내고 24일 두산전서 첫 실전 투구를 했다.
조 감독은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1군리그에 눈높이를 맞춰 경기를 운용했다. 전반기에 선발로 기용했던 황덕균을 롱릴리프 구원투수로 바꾼 게 한 예다. “내년 1군 선발 후보지만 혹시 안 될 경우를 대비해 불펜 투수로서의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타자들에게는 전부 “5회 이전 3점 이내 승부에서는 무조건 죽어라 뛰라”고 ‘그린라이트’를 줬다. “도루를 하다 많이 죽어봐야 노하우를 체득하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처음에는 견제, 주루사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줄어들었고 주루 플레이도 많이 좋아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현재 케이티 테이블세터를 이루고 있는 김사연은 36개, 김민혁은 27개 도루를 기록중이다. 팀 전체로는 도루 159개로 퓨처스리그 12개 구단 중 제일 많다.
케이티는 경기가 끝난 뒤 6군데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연습을 이어간다. 단시간에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밖에 답이 없다. 조 감독은 “초구부터 과감하게 자기 스윙을 하라고 하는데 선수들이 잘 안 친다. 전력분석실에서 계속 데이터를 축적중인데 시즌 뒤 개인 데이터를 보면 분명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며 “결과물(데이터)을 보고 빨리 바꿔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 야구’를 하는 감독답다. 투수들에게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가는 투구를 가르치고 있다. “타자와의 싸움은 타이밍 싸움이니까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투구”를 늘 강조한다.
케이티는 올 시즌 뒤 기존 9개 형님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 외 한 명씩, 총 9명을 데려온다. 팀 주축이 될 선수들이기 때문에 선택은 신중해야만 한다. 아직 시즌이 한창 진행중이지만 각 팀 보호선수에서 제외될 수 있는 선수들을 계속 추려보고 있다. “각 구단이 엔씨 때 한 번 선수를 뺏겨봤기 때문에 그때와는 다른 전략을 내놓을 것 같다. 팀마다 18~23명 사이에서 5명을 놓고 고민할 것이다. 외야수가 많이 나올 것 같은데 만약 외야수가 8점, 투수가 7점 정도라면 투수를 뽑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려보고 있고, 가급적 중복 포지션은 피할 것이다.”
2012시즌에 퓨처스리그 주전으로 뛰었다가 2013시즌 1군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엔씨 선수들은 3명 정도밖에 없었다. 그만큼 케이티 선수들은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조범현 감독은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 중 한 명이라도 더 내년에 1군에 올리는 게 지금의 목표다. 열심히 훈련시켜서 1.5군급으로라도 키우고 싶다. 선수들에게도 지금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내년 1군 경기와 연결되니까 집중력 있게 야구를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박함과 절실함, 그것이 케이티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조 감독의 마법의 주문이다.
수원/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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