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 위즈의 외국인 투수 마이크 로리가 24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 앞에서 주특기인 스플리터(포크볼) 그립을 선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2군 KT ‘외국인 무패투수’ 마이크 로리
올시즌 15경기 등판 7승 무패
대만 소속때 아시아시리즈서 눈길
“더 높은 리그 뛰고파 한국 선택
타자들이 도와줘 운 좋았다”
올시즌 15경기 등판 7승 무패
대만 소속때 아시아시리즈서 눈길
“더 높은 리그 뛰고파 한국 선택
타자들이 도와줘 운 좋았다”
“평균자책 1위인 줄 전혀 몰랐어요. 등판할 때마다 팀 승리에 기여하길 원했을 뿐이죠.”
한국야구위원회(KBO) 누리집의 ‘퓨처스(2군)리그 투수 톱(Top)5’를 클릭하면 생소한 외국인 투수의 얼굴이 눈에 띈다. 북부리그 평균자책(3.38) 1위인 마이크 로리(30)다. 제10구단 케이티(KT) 위즈의 1호 외국인 선수로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7승 무패로 승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만난 마이크는 “점수를 많이 내준 날도 있었지만 타자들이 도와주는 등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6.2이닝을 던진 ‘이닝이터’가 패가 없다는 것을 행운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 그는 7~8월 6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했다.
대만리그 라미고 몽키스에서 2012, 2013년 두 시즌 동안 17승14패(평균자책 2.98)를 기록한 마이크는 올해 초 케이티에 입단할 때 2012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에 3피안타 완봉승을 거둔 투수로 유명세를 탔다. 넥센이 앤디 밴헤켄을 영입할 때 저울질을 하기도 했다는 선수다. 그는 “한 단계 더 높은 리그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에 한국을 선택했다. 한국 야구 최고의 팀 삼성에 완봉승을 거둔 것도 영광이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이크는 199cm의 장신을 활용한 낙차 큰 변화구와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이 장기다. 삼진(82개)을 잡는 주요 결정구는 스플리터(포크볼)다. 손가락이 유난히 길어 국내 선수들은 따라하기 어려운 그립으로 공을 던진다. 문제는 시속 145㎞를 넘지 못하는 속구다. 시즌 초 어깨에 통증을 느끼며 구속이 떨어졌는데 꾸준한 보강운동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연습을 구속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죠. 최근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 근육량이 늘어난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신생팀 엔씨(NC)가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급성장한 것처럼 케이티도 첫 시즌에 외국인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 초 마이크를 영입한 것은 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인 선수들의 혹사를 막고 마운드를 원활하게 운영하며 퓨처스리그를 치르기 위해서였다. 이날 만난 케이티 관계자들도 마이크의 최근 구위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지만, 재계약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번주 마지막 등판을 앞둔 마이크는 “팀 분위기에 상당히 만족한다. 내년에도 뛸 수 있다면 내 역할을 해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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