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야구계 3D업종’ 포수 강습을 받는 날. 한 번도 포수 마스크를 써본 적이 없어 무척 긴장했다. 프로야구 제10구단 케이티(KT) 위즈의 장재중 배터리 코치로부터 “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면 안 된다. 몇 대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엄포까지 들으니 되레 더 두려워졌다.
5월30일 케이티의 퓨처스리그 안방구장인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장 코치로부터 포수 원포인트 강습을 받았다. 자세를 취해보라는 그의 말에 편하게 무릎을 벌리고 쭈그려 앉았다. 그는 “두 발을 11자로 만든 뒤 무릎은 좁히고 다리는 벌려야 한다. 허벅지 바깥이 아닌 안쪽 근육을 써야 하고, 무게중심은 뒤가 아닌 앞쪽에 둬야 한다”며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았다. 양 팔꿈치는 몸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권투 선수들이 잽을 날리기 전에 가드를 올리고 있는 자세와 비슷했다.
앉는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지만 장 코치는 포구 자세를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윈도 브러시의 움직임을 예로 들었다. 공이 오는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채꼴 모양으로 팔을 움직여야 했다. 장 코치가 “공에 밀리면 안 되고 글러브가 처지지 않게 앞에서 끊어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자꾸 미트가 아래로 향했다. “변화구를 낮게 던질 때 미트가 처지면 투수들이 싫어해요.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가 내리며 잡아 보세요.” 그대로 따라 하니 정말 미트가 처지지 않았다.
이젠 블로킹이다. 배꼽 부위에 공을 맞히는 것이 요령이었다. 장 코치는 “공에 맞을 때 숨을 내뱉으면 몸에 힘이 빠지며 공이 멀리 안 튄다”고 설명했다. 양옆으로 공이 바운드되면 쓰러지듯 엎어져야 한다. 몸을 띄웠다가 떨어지면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장 코치는 “가운데로 몸 가까이로 오는 공은 발을 뒤로 빼며 발등을 땅에 댄다는 생각으로 털썩 엎드려 막아야 하고, 몸에서 떨어진 쪽에 바운드되면 앞으로 나오며 쓰러지라”고 조언했다. 눈은 공을 끝까지 봐야 한다. 오른손이 미트 앞으로 나오면 공에 맞아 다칠 수도 있다.
정신없이 블로킹을 하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지친 모습을 지켜보던 장 코치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물 한잔 드세요. 119 불러야 될 것 같아. 몇 개 안 했는데 그렇게 땀을 흘리면 어떡해요? 하하하.” 그는 마지막으로 “도루 저지를 위한 송구 땐 왼발을 앞으로 나가며 공을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 1m라도 2루와의 거리를 좁히고, 0.1초라도 송구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수원/이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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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정주용 <한겨레티브이>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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