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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대타 인생에서 4할 타자로 거듭난 이재원

등록 2014-07-08 16:04

프로야구 ‘4할 타자’ 이재원(SK)이 한겨레와 인터뷰 도중 자세를 취했다.
프로야구 ‘4할 타자’ 이재원(SK)이 한겨레와 인터뷰 도중 자세를 취했다.
원년 백인천 이후 32년 만의 4할 타자 탄생 예고
당시는 80경기…"4할 천천히 떨어뜨리는 게 목표”
말에 막힘이 없다. 2006년 프로 데뷔 때도 그랬다. “공격력은 이만수, 머리는 박경완, 파이팅은 홍성흔처럼 되고 싶다”며 패기가 넘쳤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답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8년여 동안 여러 굴곡이 있었다. 대수비(포수), 대타 인생을 살았고, 군대(상무)도 다녀왔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 이재원(SK)은 올해 비로소 풀타임 선수가 됐다. 타격 순위 맨 꼭대기에 자리 잡은 이재원을 문학구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0.1톤에 근접한 몸무게. 그런데 880g(3.5인치) 방망이를 쓴다. 체형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방망이는 그의 과거 대타 인생과 무관치 않다.“대타로 나오면 무거운 거 못 써요. 반드시 안타를 치고 출루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벼운 것을 써야 배트 스피드가 잘 나오거든요. 방망이 끝을 무겁게 하는 선수도 있는데 배트 컨트롤하기에는 무게가 일정한 게 좋아요. 이젠 익숙해져서 방망이를 못 바꾸겠어요. 내년에는 홈런 의식해서 한 번 무겁게 바꿔볼까요?”

이재원은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92, 17홈런 110타점을 기록했다. 상대 선발이 좌완투수이거나 대타로만 타석에 섰던 것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성적이다. 상무(2011~2012년)를 거친 뒤에는 한 단계 더 올라선 느낌이다. “퓨처스(2군)리그 두 시즌 동안 풀타임으로 뛴 경험이 여유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오늘 못 쳐도 내일 다시 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대타 때는 못 치면 다시 경기에 못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항상 있었거든요. 이대로 정체되면 발전이 없겠다 싶어서 군에 입대 했는데 전환점이 되는 듯해요.”

이재원(SK)은 7일 현재 타율 0.401로 프로야구 사상 두번째 4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다.
이재원(SK)은 7일 현재 타율 0.401로 프로야구 사상 두번째 4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다.
7일 현재 기록이 타격 1위(0.401), 출루율 3위(0.450), 장타율 5위(0.611)다. 데뷔 처음 세자릿수 안타(103개·3위)도 넘어섰고, 홈런(9개)도 가장 많이 때려냈다. 다섯 번 타석에 서서 두 번은 안타를 치지만 천적은 있다. 삼성 릭 밴덴헐크다. 지금껏 10번 맞대결에서 7번 삼진을 당했다. 그나마 7번째 대결까지는 밴덴헐크 뒤로 넘기는 공(삼진 6번·투수뜬공 한 번)조차 없었다. 다행히 6월17일 경기에서 첫 타석 2루타를 뽑아냈다. “어차피 못 칠 것 같으니까 막 들이댔다”고 한다.

과연 “난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수긍이 간다. “김성근 감독님이 사령탑으로 계실 때는 1년 동안 12월25일하고 1월1일만 쉬었어요. 정말 미친 듯이 훈련만 했죠. 사이판 재활 캠프 때는 방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섬을 투수 마운드라 생각하고 계속 스윙 연습을 했다니까요. 그래서 경기 출장을 못 해도 ‘나는 이미 준비가 됐다’는 느낌이 늘 있었어요. 자만심은 아니고 자주 나가면 평균 3할은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3~4월(0.463), 5월(0.404)에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그는, 6월(0.333)에 잠시 숨을 고른 뒤 7월(0.429)에 다시 반등하고 있다. 백인천(1982년) 이후 사라진 4할 타자로의 꿈도 아직은 유효하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4할 타율이 아니다. “사실 4할은 말이 안 되는 타율이예요. 4할에 대한 욕심은 없고 4할을 천천히 떨어뜨리는 게 목표예요. 비시즌 때 다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치지 말고 올 시즌 끝까지 잘 마쳤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첫 풀타임이, 기록의 풍성함으로 채워지고 있다.

인천/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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