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6월25일은 야구팬들이 집단 ‘멘붕’(멘탈 붕괴)에 빠진 날이었다. 이날 넥센 서건창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빈타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7회말에는 수비 교체까지 당했다. 서건창의 방망이 침묵에 왜 수많은 야구팬들이 고개를 떨궜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애플리케이션(KBO 프로야구 2014)에서 진행중인 ‘비더레전드’(이하 비더레) 콘테스트 때문이다.
‘비더레’는 야구위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올 시즌 처음 시작한 콘테스트다. 규칙은 간단하다. 회원 가입을 하고, 당일 경기 시작 10분 전까지 9개 구단 타자 중 안타를 칠 것 같은 선수 한 명만 고르면 된다. 하루도 틀리지 않고 40경기 연속(40콤보) 맞히면 4억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40경기’는 박종호(현 LG 코치)가 세운 연속 경기 안타 기록(39경기)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40경기가 참 멀어 보이지만 메이저리그 기록(1941년 조 디마지오·56경기)이 아닌 게 어딘가.
미션에 성공한 사람이 복수일 경우에는 4억원을 엔(N)분의 1로 나눠 지급받는다. 6월25일에는 35경기 연속 맞힌 이는 물론이고 전체 100위 안에 있던 참가자 절반 이상이 우르르 떨어졌다. 본의 아니게 서건창과 서건창을 교체한 염경엽 감독이 원망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이다. 이날 야구위와 스포츠투아이는 엄청난 항의전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스포츠투아이에 의하면, 지금껏 78만8000명이 앱을 내려받았고 이 중 9만6000명이 비더레에 참가중이다. 잘 찍으려면 상대 투수와의 맞대결 성적이나 타자의 최근 안타 기록을 찾아봐야 하기 때문에 기록 관련 페이지뷰는 작년보다 7배나 늘었다고 한다. 공식야구기록업체로서 “팬들이 야구 상세 기록을 많이 보게 하기 위한 목적”은 달성했다고 하겠다. 관심이 늘면서 야구장을 일찍 찾아 선수들의 타격 훈련 모습까지 체크하는 팬들도 생겨났다. 스포츠투아이 쪽은 “프로축구 쪽과도 비슷한 콘테스트를 논의중”이라고 했다.
상금 때문에 언뜻 도박인 것도 같다. 하지만 회원 가입금이나 스포츠토토처럼 베팅하는 돈이 전혀 없다. 필요한 것은 매일 찍는 꾸준함과 냉철한 기록 분석, 그리고 약간의 운이다. 하루라도 선수를 찍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고, 타자 컨디션은 아주 좋은데 상대 투수가 볼넷으로 거르거나 몸에 맞는 볼로 중간 교체가 되어도 지금까지의 기록은 날아간다.
선수들의 불법적 참여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게 얽힌 야구판에서 투수와 타자가 짜고서 연속 기록을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승부 조작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렀던 프로야구 아닌가. 2012년 불법 스포츠도박 사건 당시 승패 조작뿐만 아니라 경기 조작까지도 엄중한 법의 처벌을 받았다. 연루 선수들은 고의 볼넷만으로도 야구판에서 영구 추방됐다. 선수들이 4억원(최대)의 유혹에 빠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앱 시대에 맞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비더레도 그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매일 공개되는 순위표를 보면 3일 현재 39경기를 연속해서 맞힌 참가자가 2명이나 된다. 그들이 성공하면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모두들 ‘굿 럭’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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