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엔씨의 투수 찰리 쉬렉(왼쪽)이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엘지와의 원정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포수 김태군과 포옹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11번째…볼넷3 완벽투
LG에 6-0승 팀 3연패 탈출
LG에 6-0승 팀 3연패 탈출
9회말 2아웃. 잠실구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프로야구 엔씨(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29)의 ‘노히트노런’ 대기록에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만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찰리는 엘지(LG) 트윈스의 강타자 박용택을 상대로 공 4개를 던져 볼카운트 2-2를 만들었다.
드디어 운명의 5구째. 찰리는 시속 134㎞ 체인지업을 왼손타자 박용택의 바깥쪽 낮은 곳으로 던졌다. 박용택은 방망이를 돌렸지만 공은 빗맞고 말았다. 외야로 뜬 공이 좌익수 김종호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찰리는 유니폼 옷깃을 손으로 당겨 입을 가리며 긴장된 표정으로 기다렸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확정되는 순간, 그는 마운드로 뛰어온 포수 김태군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엔씨 선수들도 모두 뛰어나와 찰리의 짧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기록을 축하했다.
엔씨의 찰리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엘지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3볼넷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하며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삼진을 7개나 잡아냈고 투구 수는 110개(스트라이크 69개, 볼 41개)를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의 송진우(48·현 한화 코치)가 2000년 5월18일 광주구장에서 해태 타이거즈를 상대로 역대 10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이후 14년1개월5일(5150일) 만에 나온 11번째 대기록이다. 특히 찰리는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노히트노런의 감격을 누렸다.
찰리는 1회부터 4회 엘지의 선두타자 박용택까지 경기 초반 10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4회 1아웃 뒤 오지환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아쉽게 퍼펙트 행진을 마감했다. 엔씨 타선은 2회 김태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고, 5회 에릭 테임즈의 1점 홈런(19호) 등으로 6점을 뽑아내며 팀의 3연패 탈출과 함께 찰리의 대기록을 도왔다.
지난 시즌 엔씨에서 국내 프로야구에 데뷔한 찰리는 평균자책점 2.48(11승7패)로 1위에 올랐고, ‘타고투저’가 심한 올 시즌에도 이날 승리를 포함해 6승3패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경기 뒤 동료들의 음료수 세례를 받아 흠뻑 젖은 찰리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겠는가. 포수 김태군과 동료 야수들, 그리고 투수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매 순간순간이 중요했고, 모든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찰리의 부모와 여자친구는 대기록의 순간에 관중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함께 기뻐했다. 특히 찰리의 어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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