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시계를 쳐다본다. 또 밤 10시가 넘었다. 마감시간은 촉박한데 아직도 8회초다. “야구가 아니므니다”를 연발하다가 다시 그라운드를 째려본다.
평균 경기 소요시간 3시간26분(연장 포함). 길어도 너무 길다. 역대 최장 평균 경기 소요시간(3시간22분·2009년)을 가뿐히 넘기고 있다. 2009년보다 상황은 심각하다. 경기당 평균 타자 수가 80.30명으로 2009년(78.69명)보다 늘었고, 경기당 평균 투구수도 302.84개에서 314.65개로 늘었다. 4일 현재 타율 3할 이상 타자가 35명, 장타율 5할 이상 타자가 23명이다. 팀타율 0.310의 두산은 규정타석을 채운 주전 8명 중 7명이 3할대 타율을 기록중이다.
표면적으로 타고투저의 핵심 이유는 외국인 타자 영입이다. 그러나 4월 이후 외국인 타자의 상승세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약점 분석이 끝난 외국인 타자보다 오히려 자유계약(FA)을 앞두거나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을 노리는 국내 타자들이 더 무섭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예년에 비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공 맞는 소리부터가 다르단다. 공인구 반발계수 수치가 허용치의 최고치에 맞춰져 제작되고 있다는 게 사실인 듯싶다.
가장 많은 원성을 듣는 것은 스트라이크존이다. 일본야구 스트라이크존보다 더 좁다는 의견도 있다. 바깥쪽 공을 안 잡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상하 폭마저 좁아졌단다. 차명석 <엠비시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아예 “공 하나가 좁아졌다”고 말한다. 방송사마다 중계화면에 스트라이크존을 갖다대는 통에 심판들의 눈은 더 깐깐해졌다.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함께 2006년 심각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낮췄던 마운드 높이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투수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제는 극심한 공격 쏠림현상이 수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수비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력은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실제로 3할 타자 20명, 30홈런 이상 타자 13명(40홈런 이상 4명)을 배출해냈던 1999년의 경우, 총 실책 수가 무려 828개에 달했다. 경기당 평균 1.57개꼴이었다. 올해 경기당 평균 실책은 1.48개다. 9구단 엔씨가 처음 1군에 진입했던 지난해 경기당 평균 실책 수는 1.27개였다. 2012 시즌에는 1.18개. “프로야구 경기 질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타고투저 현상을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다. 스트라이크존도, 공인구 반발계수도, 마운드 높이도 전부 시즌 후에나 논의할 사항이다. 시즌 중 변화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상이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것 자체가 꺼려지기는 한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는 10구단 케이티가 1군리그에 진입한다. 경기의 질적인 하락은 이미 예견돼 있다.
한 해설위원이 그랬다. “이 또한 야구”라고. 맞다. 경기 시간이 짧아도, 길어도 야구는 야구다. 인생이 그렇듯이. 다만, 인생과 달리 야구도 미래 예측과 계산이 가능하다. 미리 대비한다고 나쁠 것은 없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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