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챔스 제패야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연장 전 끝에 4-1로 물리친,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웃통을 벗은 채 등에 올라탄 알바로 모라타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2014.5.25/연합뉴스
레알 마드리드, 12년만에 정상
AT 마드리드와 맞붙은 결승전
후반 추가시간 극적 동점골 뒤
연장전서 3골 몰아쳐 4-1 승리
호날두 17골 넣어 시즌 최다골
안첼로티 감독 ‘3번째 우승컵’
AT 마드리드와 맞붙은 결승전
후반 추가시간 극적 동점골 뒤
연장전서 3골 몰아쳐 4-1 승리
호날두 17골 넣어 시즌 최다골
안첼로티 감독 ‘3번째 우승컵’
※라 데시마 : 챔스리그 10번째 우승
FC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 프로축구의 양대산맥인 레알 마드리드는 2000년 여름 ‘갈락티코(은하수)’ 정책을 발표했다. 신임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우주 최고 축구팀’을 만든다는 전대미문의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루이스 피구를 시작으로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스타들을 영입했고, 기존의 스트라이커 라울 곤잘레스와 함께 2002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9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유럽축구사에 기념비를 남길 ‘라 데시마’(10번째 우승)의 영광도 눈앞에 온 듯했다. 하지만 개성이 강한 스타들은 팀의 조직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기대를 모으며 입단한 데이비드 베컴도 큰 활약을 못하며 갈락티코 1기는 막을 내렸다.
라몬 칼데론 새 회장이 2006년 부임하면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뤼트 판니스텔로이, 파비오 칸나바로, 호비뉴 등으로 주축 선수들을 바꾸며 재도약을 꿈꿨지만 유럽무대 평정엔 실패했다. 2009년 다시 회장직에 오른 페레즈는 제2의 갈락티코를 내세우며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사비 알론소와 함께 ‘스페셜 원’ 호세 모리뉴 감독까지 영입했지만,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과 리오넬 메시, 사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이끄는 바르셀로나에 밀려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다.
모리뉴 감독이 선수들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팀을 떠난 뒤, 라 데시마의 무거운 짐을 안고 사령탑에 오른 이는 카를로 안첼로티였다. AC밀란을 이끌고 두 차례 (2003, 2007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토튼햄에 사상 최대의 이적료를 주고 가레스 베일을 영입했다. 그는 베일·벤제마·크리스타아누 호날두의 알파벳 머릿글자를 조합해 이름을 붙인 ‘비비시’(BBC) 공격라인을 구축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새 역사를 준비했다.
25일(한국시각) 포르투갈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역사적인 ‘마드리드 더비’였다. 4강전까지 12경기에서 37골을 넣으며 막강 화력을 자랑한 레알 마드리드와 12경기 6실점의 철통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의 집중력을 뽐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부로 관심을 모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 9분 허벅지 뒷근육 부상에도 선발 출전을 강행한 디에고 코스타가 교체되면서 시작이 좋지 않았지만, 올 시즌 라 리가(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저력을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맹공을 막아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4강전에서의 경고 누적으로 이날 결장한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의 빈자리가 컸다. 또 다른 미드필더 앙헬 디마리아가 전반 내내 왼쪽 측면에서 종횡무진 활약했지만 비비시 라인으로의 패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선제골은 전반 36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터뜨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후안 프란이 헤딩으로 문전 안쪽에 연결했다. 날아오는 공을 디에고 고딘이 백헤딩하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도 이를 처리하기 위해 나왔고, 빈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공을 카시야스가 뒤늦게 쫓아가 왼손으로 쳐냈지만 이미 골라인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백전노장’ 카시야스의 뼈아픈 판단 실수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45분이 지나도록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추가시간에 기적이 일어났다. 5분의 추가시간 중 3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코너킥 공격에서 수비수 세르지오 라모스가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다. 날아오는 크로스를 호날두가 앞에서 헤딩하는 척 했고, 뒤에서 라모스가 머리에 맞힌 공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자 선제골을 실수로 헌납한 카시야스가 라모스의 머리를 꼭 껴안고 입을 맞추며 고마움을 전했다.
분위기를 탄 레알 마드리드는 연장전에서 공세를 지속해 나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코스타가 이른 시간이 벤치로 나가면서 교체 카드 하나를 너무 빨리 써버린 게 독이 됐다. 연장 후반 5분 레알 마드리드의 디마리아가 다리가 무거워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수 3명을 제치며 벌칙구역 안에서 왼발슛을 날렸다. 이 공이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다리에 맞고 튀어 오르자, 베일이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만회골을 넣으려 총공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연장 후반 13분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 마르셀루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호날두가 문전을 돌파하며 반칙을 얻어냈고, 직접 페널티킬을 성공시켜 4-1 대승으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12년의 기다림 끝에 챔피언스리그 10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올 시즌 국왕컵과 우승과 함께 ‘더블’도 달성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 시절에 이어 감독으로 세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1970년대 리버풀의 황금기를 이끈 밥 페이즐리 감독 이후 33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을 이뤄낸 두 번째 감독이 됐다. 자국 팬들이 보는 앞에서 골을 넣은 호날두는 17호골 고지에 오르며 역대 한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관중에게 다가가 유니폼 상의를 주고 껴안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안첼로티 감독(왼쪽)과 시메오네 감독(오른쪽).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가 25일(한국시각) 포르투갈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1로 승리한 뒤 우승컵을 들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리스본/액션이미지스 뉴스1
2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결승전 후반 종료 직전, 레알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라모스(오른쪽 4번째)가 헤딩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1-1로 연장전에 들어서 가레스 베일 등의 연속 골로 레알은 4-1로 우승컵을 쟁취했다.2014.5.25/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연장 전 끝에 4-1로 물리친,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오른쪽 3번째) 등 선수들이 트로피를 쳐들며 환호하고 있다. 레알은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 이어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까지 따내 이번 시즌 ‘더블‘을 이뤘다.2014.5.25/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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