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초구는 시속 145㎞ 속구. 24일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올라 처음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꿰뚫었다. 세번째 던진 공은 비록 볼이 됐지만 시속 148㎞가 찍혔다. 마치 ‘내 어깨는 싱싱하다’며 시위 하듯 류현진(27·LA 다저스)은 거침없이 공을 뿌려댔다. 결과는 시즌 최다 탈삼진(9개)을 동반한 시즌 4승(2패)이었다.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퀸스에 위치한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뉴욕 메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4회까지 매 이닝 탈삼진 2개를 기록하는 등 6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9탈삼진 2실점했다. 지난 4월28일 콜로라도전 이후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명단(DL)에 올랐다가 재활을 마치고 처음 등판한 경기에서 기분좋게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승리를 챙긴 것은 4월18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 34일 만이다.

투구수 89개(스트라이크 60개) 중 속구는 50개(스트라이크 34개)였다. 속구 최고 구속은 94마일(151㎞). 1회말 1사 1루서 메츠 중심타자 데이빗 라이트에게 연속해서 91~92마일(147~148㎞) 속구를 던져 삼진 처리하고, 3회말 2사 만루에서 커티스 그랜더슨을 상대하면서 시속 150㎞ 속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다시 시속 150㎞ 속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게 백미였다.

6회초 야시엘 푸이그, 핸리 라미레스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다저스가 3-0으로 점수차를 벌린 가운데 등판한 6회말이 아쉬웠다. 류현진은 선두 타자 데이빗 라이트에게 시속 134㎞ 슬라이더를 공략당하면서 중전 안타를 내줬으나 크리스 영에게 3루수 병살타를 유도해 내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그랜더슨에게 빗맞은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에릭 캠벨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시속 134㎞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린 실투였다. 캠벨로서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이기도 했다. 캠벨의 홈런과 함께 류현진이 작년 9월25일 샌프란시스코전부터 이어온 원정 경기 33⅔이닝(올 시즌 31⅔이닝) 무실점 기록도 깨졌다. 원정 33⅔이닝 연속 무실점은 오렐 허샤이저(1988년·41이닝), 기예르모 모타(2003년·37이닝)에 이은 다저스 역대 3위 기록이다.

시즌 8번째 선발등판에서 5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기록한 류현진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7회말 브랜든 리그와 교체됐다. 평균자책은 3.00을 유지했다.

다저스는 2회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홈런 등을 포함해 솔로포로만 3점을 뽑았고, 3-2로 쫓긴 8회 1사 1·3루에서 상대 실책으로 추가점을 얻었다. 다저스의 4-3 승리.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