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강민호(왼쪽)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은사였던 엘지(LG) 양상문 감독을 찾아가 큰절을 하며 감독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 뉴스1
양상문 엘지 감독 취임
홈런 쳐도 선수 마중 안나가…
그 시간에 코치들과 작전 짤 것
선수들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
제 기량 발휘하면 3~4위 충분
홈런 쳐도 선수 마중 안나가…
그 시간에 코치들과 작전 짤 것
선수들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
제 기량 발휘하면 3~4위 충분
2010년 롯데 투수코치 이후 4년 만의 현장 복귀. 1군 사령탑으로 치면, 2005년 10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영광된 순간이지만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시즌이 한창 진행중인 때에, 그것도 승률 3할(0.303·10승23패1무)을 겨우 넘는 팀을 맡았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지금껏 치른 경기(34경기)보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94경기)가 곱절 이상 더 많다는 점이다.
양상문(53) 신임 엘지(LG)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현장을 떠나 있는 4년 동안 와신상담하면서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이고, 성공한 감독의 장점은 무엇인지 공부해왔다. 깨끗한 야구, 점수 차에 상관없이 독하게 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선수들을 심적, 정신적으로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지만 내 색깔의 야구는 오늘부터라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2002~2003년, 2007~2008년 총 4년 동안 엘지 투수코치를 한 경험이 있어 선수단이 낯설지는 않다. <엠비시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하면서도 선수들과 자주 접촉하고 따로 연락을 하기도 했다. 양 감독은 “한때 같이 호흡을 맞춰 봤던 선수들이라서 거의 다 알고 유대감도 있다. 2군 선수들이 소외받을 수 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2군 경기장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엘지는 양 감독 선임과 함께 코칭스태프 보직도 일부 개편했다. 김무관 2군 감독이 1군 타격코치로 복귀했고, 김정민 2군 배터리코치와 손인호 2군 타격코치도 함께 1군으로 올라왔다. 대신 신경식 타격코치와 김선진 타격 보조코치, 장광호 배터리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다. 양 감독은 “병살타 등이 너무 많아 김무관 타격코치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한다. 김정민 코치는 윤요섭, 최경철 등 포수들의 기량이 단기간에 보완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2군 감독이 되면서 공석이 된 수석코치 자리는 시즌 끝까지 비워둘 생각이다.
그는 롯데 감독 시절(2004~2005) 이대호(일본 소프트뱅크), 장원준, 강민호(이상 롯데)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 때문에 강민호는 13일 경기 전 양상문 감독을 찾아 넙죽 절하기도 했다. 양 감독은 “롯데 때는 베테랑들이 없었고 선수층도 엷었다. 하지만 엘지는 선수층이 두텁다. 실력 위주로 철저히 선수들을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해설위원 시절 그가 평가한 엘지의 전력은 3·4위권. 쌍둥이 사령탑이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양 감독은 “당장은 베스트 나인(9)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고, 선발 로테이션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5할 승률 이전에는 홈런이나 적시타를 쳐도 더그아웃 밖으로 선수 마중을 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1분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에 코치들과 작전을 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잠실야구장 1루 쪽 엘지 더그아웃 곳곳에는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문구가 나붙었다. 직접 슬로건을 정한 양상문 감독은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선다면 긴장감은 줄어들고 자신감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상문호’로 갈아탄 엘지는 3660일 만(2004년 5월5일 문학 롯데전 이후)에 개인 통산 2호 홈런을 쏘아올린 최경철의 활약 등에 힘입어 롯데를 5-0으로 제압했다. 양 감독은 경기 후 마무리 봉중근이 챙겨준 첫 승리공(감독 통산 109승)을 손에 쥔 채 “오늘 승리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야구가 뭔지 선수들이 알아주리라 믿는다. 한 걸음 한 걸음 서두르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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