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477. 두 번 타석에 서면 한 번은 거의 안타를 쳤다는 얘기다. 에스케이(SK) 지명타자 이재원(26)이 그렇다.
이재원의 방망이는 6일 삼성전에서도 불꽃을 뿜어냈다. 4타수 3안타의 맹타. 이날 팀은 삼성에 4-8로 졌지만, 이재원은 이틀 연속 3안타 기록이자 시즌 12번째 멀티히트(경기당 안타 2개 이상)로 빛났다. 시즌 타격 1위(0.477), 출루율 공동 1위(0.495). 타격 2위 히메네스(롯데)의 타율은 0.395. 현재로선 4월(0.460)보다 5월(0.526)의 타격 내용이 더 좋다. 언더투수(0.357)를 제외하고는 좌투수(0.545), 우투수(0.480) 모두 이재원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재원은 시즌 초반 상대팀 선발투수가 좌완일 때 지명타자로 출전하거나 경기 중간에 대타로만 주로 출전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이 손목 부상으로 빠지면서 꾸준히 기용되기 시작했고, 지난달 30일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 타격 단독선두에 올랐다. 이재원은 스캇이 결장한 12경기에서 4번 타자로 10번, 5번 타자로 2번 선발 출전해 46타수 22안타 2홈런 10타점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거포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재원은 인천고 시절 초고교급 포수로 이름을 날리면서 2006년 계약금 2억5000만원을 받고 1차 지명으로 에스케이에 입단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박경완, 정상호가 안방마님으로 버티고 있어 주로 플래툰 시스템으로 경기에 나서거나 대타 요원으로만 기용됐을 뿐이다. 에스케이가 류현진(현 LA 다저스)을 포기하고 자신을 택했던 터라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러나 상무 입대 뒤 규칙적으로 선발 출전을 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놀랄 만큼 성장했다. 자신감을 얻고 제대를 했지만 에스케이에는 이미 조인성이라는 거물 포수가 자유계약(FA)으로 입단한 상황이었다. 여러모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올해도 지명타자와 대타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에스케이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재원은 “방망이를 들고 있을 때 자세와 스윙 스타일에 변화를 준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더 잘 치려는 욕심은 없고 타격감이 급속도로 떨어지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광판에 타율이 보이면 의식은 된다. 그래도 자부심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한편 롯데는 6일 사직 안방경기에서 1~3회 3이닝 연속 타자 일순 신기록(종전 2이닝 연속) 등을 세우면서 두산을 19-10으로 꺾었다. 엘지 이병규는 역대 4번째로 통산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이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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