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배 선수.
불펜 약화로 구원승 늘어 다승 1위
한화 투수 유창식은 올 시즌 초반 운이 별로 없다. 4차례 선발 등판해 22⅔이닝을 소화하며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까지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첫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반면 에스케이 불펜 투수 박정배(사진)는 12이닝(12경기)만 던졌는데도 4승(1패)이나 챙겼다. 22일 현재 다승 1위다.
승리는 프로야구 투수를 평가하는 기본 잣대지만, 선발투수에게는 난제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잘 던져도 타선과 구원투수의 도움 없인 달성이 불가능하다. 22일 기준으로 2점대 이하 평균자책으로 2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 3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평균자책점이 1.91로 1위인 유희관(두산)도 2승만 올렸을 뿐이다. 불펜투수가 약화된 올해 경기 중후반 이후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선발승보다는 구원승이 더 늘어났다.
똑같은 승리여도 경기 기여도에서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선 선발이 패전 투수가 되지 않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선발투수가 패가 적다는 것은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 내려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5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 5패 이하를 기록한 투수는 쉐인 유먼(롯데), 이재학(엔씨), 배영수(삼성) 등 3명이다. 류제국(엘지)이 12승2패로 승률왕(0.857)을 차지했지만, 소화 이닝은 111⅔에 그쳤다. 올 시즌 25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패가 없는 투수는 유희관과 크리스 옥스프링(롯데) 2명뿐이다.
승리 투수가 되는 것만큼 패전 투수가 되지 않는 것도 어렵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팀의 원-투 펀치로 활약하고 있는 앤디 밴헤켄과 브랜든 나이트를 예로 들었다. 두 투수는 지난 시즌 나란히 12승씩을 기록했지만, 패전 투수가 된 경기도 각각 10차례 있었다. 염 감독은 “두 투수가 잘하고 있지만 패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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