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스포츠 ‘류현진이 빛났다’ 제목으로 보도
MLB 홈피 “류, 최고… 다저스가 8회 못 넘겨”
LA타임스 “커쇼 대신 에이스의 면모 보여줘”
MLB 홈피 “류, 최고… 다저스가 8회 못 넘겨”
LA타임스 “커쇼 대신 에이스의 면모 보여줘”
31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는 역대 최다 관중인 4만5567명의 팬들을 불러모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본토 개막전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컸다. 원정 팀 투수한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더욱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시즌 첫 등판(23일) 때 주루하다가 다친 엄지발톱까지 수술한 터였다. 그러나 괴물은 역시 괴물이었다. 류현진(27·엘에이 다저스)은 작년보다 더 진화된 모습으로 빼어난 투구를 보여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타선을 상대로 7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성적. 마지막 18타자들 중 단 1명의 타자(토미 메디카)만이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시즌 시작 후 12이닝 무실점의 행진이다. 비록 8회 구원 등판한 브라이언 윌슨이 대타 세스 스미스에게 동점 솔로포를 내주면서 시즌 2승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보석 같은 피칭”(CBS스포츠), “부자 구단 다저스가 바라던 에이스”(LA 타임스) 등 외신들은 류현진의 투구에 극찬을 쏟아냈다. 타선의 침묵(4안타)과 불펜의 난조로 팀은 비록 1-3으로 패했으나 류현진은 존재감을 입증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 공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며 1회 무사 2·3루, 2회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위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속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질렀다. 1회 1사 만루 때는 욘더 알론소가 친 투수앞 땅볼을 직접 잡아 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엮어냈다. 송재우 <엠비시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전문해설위원은 “알폰소가 친 공도 사실은 실투였다. 류현진이 투수로서 기본기가 잘 돼 있어서 본인이 잡아 병살처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 2회 위기를 잘 넘긴 뒤에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커브·슬라이더 제구가 되면서 3회부터 7회까지 볼넷 1개만 내줬다. 1회 던진 공 21개 중 스트라이크에 꽂힌 공(10개)은 절반도 안 됐으나, 2회부터 7회까지 던진 공 67개 중 스트라이트는 44개였다. 총 투구수는 88개(스트라이크 54개)였고, 속구 45개(51.1%), 체인지업 19개(21.6%), 커브 13개(14.85), 슬라이더 11개(12.5%) 비율로 던졌다. 승부구로 사용한 커브의 비율이 높아진 게 눈에 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0㎞였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커브·슬라이더 제구뿐만 아니라 볼배합도 좋았다.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같은 코스의 같은 구종을 던진 게 아니라 다른 공으로 같은 코스를 공략하는 게 2~3차례 보였다. 타자들이 헷갈릴 수 있는 영리한 볼배합이었다”고 평가했다. 투구수가 88개밖에 안 돼 완봉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류현진이 “조금 피곤하다”고 밝혀 매팅리 감독은 교체를 지시했다고 <엠엘비닷컴> 등은 전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우리가 봐왔던 모습 그대로 류현진은 자신의 공을 던졌다. 정말, 정말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패전 투수가 된 윌슨조차도 “류현진처럼 아주 뛰어난 투구를 한 투수 다음 등판해 공을 던지는 것은 아주 어렵다. 특히 1, 2회 위기 뒤 나머지 이닝을 거의 셧아웃시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적장인 버드 블랙 샌디에이고 감독 또한 “류현진과 같은 투수를 상대하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했어야 했다. 4회부터 4가지 구종을 던져 더욱 까다로웠다”고 했다.
류현진은 이르면 홈 개막전인 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등판할 전망이다. 이날 등판하면 다저스의 개막 6경기 중 3경기에 선발 중책을 맡게 된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컨디션을 살펴본 뒤 5일 혹은 6일 선발등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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